KBS 예능국 복도에는 이런 ‘출연자 의상 지침’이 붙어 있다. ‘심한 노출이나 염색, 짙은 선글라스로는 출연할 수 없습니다’.머리 염색의 경우 일반인에게도 보편화하면서 다소 규제가 완화했지만, 짙은 염색이나 문신, 피어싱 등은 여전히 철저한 금기 사항. 연예인들 입장에서는 KBS만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KBS에 출연을 안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주요 예능프로 녹화장에는 ‘대공사’가 벌어진다.
가요순위 프로그램인 ‘뮤직뱅크’대기실. 머리를 염색한 가수 임창정은 모자를 쓸 작정이다. 긴 머리를 가닥가닥 탈색한 가수 김현정은 “KBS에 출연할 때는 머리를 뒤로 넘긴다”고 말한다.
남성듀오 클론은 팔의 문신을 의상과 같은 색의 천조각으로 가렸다. 백지영, 베이비복스, 클레오 등 여성 댄스가수들과 백댄서들은 ‘노출’을 가리기 위해 천조각, 끈 등 비상용품(?)을 휴대한다.
배꼽티의 경우 맨살 부위를 여러 개의 옷핀을 세워 꽂아 임시방편으로 가리기도 한다.
상당수 연예인들은 ‘과잉규제’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가수 임창정은 “과연 시청자 중 몇 명이나 연예인 복장과 행색을 그대로 따라하겠는가”라며 “그런 우려는 지나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KBS 측은 “막상 규제를 늦추면 ‘공영방송이 이럴 수 있냐’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이런 단속은 예능국 프로그램들이 툭하면 ‘호화·퇴폐의 주범’으로 몰리는 풍토에서필수적인 자구책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렇지만 정확한 기준도 없는 ‘과잉규제’를 방송의 공영성으로 치부할 수 있는가. 또 ‘과잉노출’과 진한 염색이 과연 진정한 표현 자유인지. 엇갈리는 시각 속에 KBS 무대 뒤는 ‘집어내기’와 ‘가리기’의 숨 꼭질이 계속된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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