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은 이산가족 200명의 남한내 혈육 생사확인 작업이 예상을 넘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언론에 명단이 공개된 지 하루만인 17일 절반이 넘는 114명(대한적십자 집계)의 생사확인이 이뤄졌다. 한적과 당국이 예상하지 못했던 속도다.
이처럼 빠른 속도는 첫째 북측이 제공한 명단 내역이 정확하고, 둘째 월북이든 납북이든 어떠한 이유로 헤어졌든 상봉하고픈 남측의 열망이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북측 명단은 헤어질 당시 출생지, 가족, 직장 및 직업 등이 상세히 명시되어 있어 남측 가족들이 쉽게 생사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북측 이산가족들의 연령이 대부분 60대여서 남측 부모와 직계가족들의 생존율이 높았다.
특히 북측 명단에 남측 가족들의 최근 직업까지 언급되어 있는데다 도별로 이산가족이 안배되어 있었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에 대비, 꾸준히 명단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남한 사회의 분위기가 빠른 생사확인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컴퓨터 추첨이라는 무작위 선정방법을 채택한 남측과 달리 ‘정책적 고려’로 선정된 북측 명단은 나름대로 ‘검증된’ 명단이다. 따라서 월북 의혹을 받을 수도 있는 명단이지만 남측 가족들은 거리낌없이 한적과 당국에 전화를 걸어 혈육을 확인했다.
1980년대 연좌제 폐지 이후 옅어졌던 월북자 가족의 피해의식이 1990년대 탈냉전을 지나면서 많이 사라졌고 남북정상의 역사적 상봉은 결정적으로 이런 피해의식을 없앴다. 또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생사확인에 임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적과 당국이 일부 부작용을 무릅쓰고 명단을 언론에 전격 공개한 점도 효율적인 생사확인작업을 가능케 했다. 언론사들의 명단공개는 1983년 이산가족 찾기 열풍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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