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송기원(53)씨가 인도 기행을 토대로 한 두번째의 장편소설 ‘또 하나의 나’(문이당)를 발표했다.지난해 발표한 ‘안으로의 여행’과 짝을 이루는 구도(求道)소설이다.
송씨는 이번 작품에서도 인도 북부 지역에서 네팔에 걸친 히말라야 일대의 장대하고도 다채로운 풍광을 배경으로 한 내면 탐색의 여정을 특유의 걸쭉하고도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펼쳐보이고 있다.
주인공 나는 여행지에서 과거의 쓰라린 상처를 안고 사는 ‘임영아’라는 여인을 만난다. 이 여인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나는 자신 속에 존재했던 ‘또 하나의 나’를 만나게 되고, 새로운 차원의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 주인공은 걸인처럼 인도를 떠도는 임영아에게서 어떠한 고통과 불행 따위에 더 이상 상처받을 것 없는 밑바닥, 어떠한 거짓이나 정신의 사치도 있을 수 없는 상태를 본다.
이는 주인공이 자기 기만과 함정에서 벗어나 도달해보고 싶은 경지였기에 임영아에 대한 주인공의 관심과 호기심은 점점 커진다.
그녀와 헤어져 네팔을 여행하다 레테라는 곳에서 주인공은 한 시골 노파를 만난다.
이 노파를 본 주인공은 ‘소나무 껍질처럼 얼굴 전체에 두껍게 내려앉은 굵은 주름 사이로 비집고 나온 초롱초롱한 눈빛에서 감전(感電)같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노파의 수줍은 웃음은 열여섯 살 소녀의 그것을 닮아 있었고, 순간 주인공은 16세 때 성폭행당한 임영아에 대한 숙제가 풀렸음을 알게 된다.
진정한 자기 수행과 깨달음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캐고 보듬는 가운데 얻어진다는 사실을 송씨는 말하려 한다.
인간의 한계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삶의 가치에 조명하는 일이야말로 제대로 된 ‘마음 공부’라는 것이 송씨의 전언이다.
송씨는 “실제 3년 전 인도 기행에서 소설 속의 ‘임영아’와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여성 두 사람을 만났고 이들과 대화하면서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지난 5년간 계룡산 갑사 근처에 있는 토굴에 머물며 작품을 써오다 두 달 전 이 소설을 완성하면서 천안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앞으로는 단편에 주력할 생각”이라며 “그동안 살면서 만났던 일상의 사람들이 간직한 평범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을 쓰겠다”고 밝혔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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