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항은 국가의 얼굴이다. 자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기 위해 나라마다 국제공항에 쏟는 열성은 극성에 가깝다. 규모 경쟁은 물론이고 어떻게 하면 안락한 시설로 눈길을 끄느냐 하는 서비스경쟁으로 자고나면 우수 공항 순위가 바뀔 지경이다. 웬만한 국제공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궤도열차나 자기부상 열차 등이 청사와 청사를 잇고 있다. 국내선과 국제선 청사를 셔틀버스 몇대로 연결하는 우리의 관문 김포공항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지난 14일 인천 국제 신공항 터미널 공사현장 감리원으로 일했던 정태원씨의 양심선언은 매우 충격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국은 정씨의 폭로를 덮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를 고마운 지적으로 알고 철저한 보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물론 정씨는 ‘내부 고발자’ 신분으로 신상에 아무런 불이익도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
■지난 99년 최우수 감리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는 정씨의 고발에 따르면 인천 신공항의 졸속·날치기공사 등 총체적 부실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객터미널 건설공사에 불연내장재를 사용토록 한 설계도 시방서를 무시한 채 화재에 치명적인 합판 등으로 눈가림 공사를 했다니 사실이라면 엄청난 일이다. 더구나 지난 6월말로 예정된 준공일에 꿰어맞추기 위해 감리단의 하자 시정지시나 재공사 명령까지 무시했다는 데엔 열린 입이 닫히질 않는다.
■뿐만 아니다. 건물을 받치는 트러스 철골 용접공사에 무자격 용접공이 작업을 한데다 부적격 업체가 또 감리업무를 수행했다니 이게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당국은 이같은 지적을 받아들이고 시정하겠다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실 인천 신공항은 출발때 부터 문제가 많았다. 임기종료를 앞둔 6공 정부가 국책사업이란 구실로 고속철도 등과 함께 서둘러 착공했던 사업이다. 졸속결정의 배경에는 이권개입의 악취가 풍긴다. 인천공항이 세계적 국제공항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이런 악취를 제거하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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