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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갖가지 사연/"아버지, 50년을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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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갖가지 사연/"아버지, 50년을 울었습니다"

입력
2000.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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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에서 통보한 이산가족상봉단 후보 200명의 명단에서 혈육을 찾은 이산가족들은 17일 하루 종일 꿈에 그리던 만남을 고대하며 가슴 설 다. 가족들은 한 데 모여 50여년간 가슴에 묻어둬야 했던 사연을 풀어내는가 하면 회한의 눈물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북한의 유명한 국어학자인 류 렬(82)씨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한 딸 류인자(59·부산 연제구 연산동)씨는 1951년 1·4후퇴때 헤어진 아버지의 생존소식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류씨는 한 장밖에 남지 않은 아버지의 사진을 꺼내들며 “30대 초반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아버지가 여든을 넘긴 모습으로 나타나실 줄이야…”라며 한참을 울먹였다. /부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18살에 2살 아래인 남편과 결혼한 지 몇 달도 안돼 남편이 인민군에게 끌려갔습니다. 지금까지 생사도 모른 채 유복자인 아들과 50년을 살아왔는데….” 김필화(68·경북 안동시 옥야동)씨는 죽은 줄만 알았던 남편 조민기(66)씨가 살아 있다는 소식에 50년간 참았던 울음보를 터뜨렸다. 조씨의 가족은 부인 김씨와 유복자인 규섭(51)씨, 동생들이 모두 고향 안동에 살고 있다. /안동=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죽은 줄로만 알았던 둘째형 이종필(69)씨가 북측 이산가족상봉단 후보에 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종덕(63·충남 아산시 탕정면)씨는 치매가 심한 노모 조원호(99)씨에게 “형님이 이북에 살아 있는데 다음달에 온대요, 어머니”라고 연신 소리쳤지만 노모가 알아듣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종덕씨는 “80세까지는 정정하셨는데 그 후로 귀가 안들리고 치매도 심해 이젠 형님이 와도 알아보시기 힘들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아산=전성우기자 swchun@hk.co.kr

○…“10년 전 오빠가 북한에서 화가로 활동중인 것을 알고부터 기회 닿는 대로 오빠의 그림들을 사 모았어요.” 북한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 화가인 정창모(68)씨의 여동생 남희(53·전북 전주시 효자동)씨는 “이 그림들을 보면 오빠가 함께 있는 것처럼 푸근했다”고 말했다. 남희씨는 “10년 전 ‘평양’이라는 잡지에 오빠가 우리 가족에 대해 쓴 20여쪽의 기사가 실려 있어 살아 계신 것을 처음 알았다”며 “오빠도 혈육이 그리웠는지 고향과 통일을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형님이 북한에서 공훈예술가도 되고 평양대극장장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여태껏 살아는 있는지….”북한측 이산가족상봉단 명단에 둘째형수 김점순(67)씨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보고 바이올리니스트 신상철(71·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는 50년 전 헤어진 둘째형 영철(74)씨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상철씨는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찍은 영화 ‘사랑 사랑 내 사랑’의 자막을 통해 형님이 이 영화의 음악을 작곡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동안 혹시나 형님에게 폐가 될까 접촉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51년 6월 인민군 의용군으로 저를 대신해 끌려간 동생을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릅니다.”북측 이산가족상봉단 명단에 동생 김경렬(66)씨가 포함돼 있다는 연락을 받은 형 홍렬(72·대전 유성구 장대동)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홍렬씨는 “한 집에서 한 명만 입대하라고 하자 동생 경렬이가 ‘형은 장남이니까 내가 가겠다’고 자원했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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