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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아나운서/"저도 오빠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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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아나운서/"저도 오빠 만나요"

입력
2000.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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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남몰래 그리던 오빠를 이제서야 볼 수 있게 됐습니다.”1983년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며 이산의 아픔을 전달했던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생방송 진행 아나운서 이지연(52·여)씨가 6·25때 헤어진 친오빠 래성(68)씨를 50년만에 만나게 됐다. 16일 북한 적십자회측이 통보해온 8·15 이산가족방문단 후보 명단에 오빠이름이 들어 있었던 것.

17일 오후 대한적십자사를 찾은 이씨는 오빠의 이름과 사진을 직접 확인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연신 눈물을 흘렸다. “믿기지가 않아요. 50년 동안 기다리다가 불과 두달 전 실종신고를 냈는데, 오빠가 살아있고 또 남쪽의 가족들을 찾는다니….”

이씨는 83년 당시 생방송을 진행하면서도 본인이 이산가족이란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남몰래 눈물을 삼켜왔다.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간신히 이산가족 상봉 방송을 끝내던 날 주위에 처음으로 조심스럽게 ‘나도 이산가족’이라고 밝힌 뒤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았습니다.”

50년 이리농고 3학년에 재학중이던 오빠 래성씨는 6·25발발 직후 의용군에 끌려가면서 소식이 끊겼고, 이후 가족들은 래성씨가 ‘월북’했다는 사실이 족쇄가 돼 70년대까지 줄곧 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마음고생을 겪었다.

그러면서도 어딘가에서 오빠가 불쑥 나타날지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이씨는 올해 5월에야 비로소 미련을 접고 고향인 전북 군산의 지방법원에 실종자 처리 신고를 했다.

이씨는 최근 케이블TV에서 남북정상회담 방송을 진행하면서도 한 실향민이 북에 남아있는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읽는 모습을 보고는 또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부모님은 66년과 86년 돌아가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1남5녀 중 외동아들인 오빠를 그리며 ‘통일이 되면 만날 수 있겠지’라는 말만 되뇌셨다”며 “부모님 묘비에는 오빠이름이 함께 새겨져 있다”고 말하며 목이 메었다.

“어젯밤 꿈에 난데없이 초로(初老)의 노인 모습이 보였는데, 오늘 확인한 오빠사진과 비슷했다”는 이씨는 “반세기를 기다려왔으면서도 8·15 상봉일까지 기다릴 일이 새삼 아득하다”며 조급한 심정을 내비쳤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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