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성깔 한 번 부릴 때가 됐죠, 뭐.” 답답할 정도로 기록향상이 더뎠던 한국수영의 대들보 한규철(19·경희대)이 시드니올림픽을 향한 도약 준비를 끝냈다.1998년 1월 호주 퍼스 챌린지스타디움에서 열렸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당시 주종목 남자접영 200㎙에 출전한 한규철은 한국신기록을 다시 썼을 뿐 아니라 A파이널(1~8위 결정전)까지 진출, 한국수영의 부동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이때 ‘마의 2분벽’을 넘어선 그의 기록(1분59초14)은 최근 2년간 국내선수중 어느 누구도 근접해 보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까운 역영이었다.
하지만 10대 스타 한규철은 이후 자신에게 집중된 스포트라이트에 지쳐버렸다. 사상 첫 메이저대회(세계선수권, 올림픽) 8강꿈을 단숨에 해치웠던 그였지만 그 영광은 오히려 뒷걸음질의 계기가 됐을 뿐이다. 주위의 큰 기대가 부담스러웠고, 유명세에 따른 친구들의 잦은 유혹이 퇴보를 부채질했다.
지난 해 말 다시 마음을 다잡은 한규철은 183㎝, 77㎏의 다부진 체격에 지구력과 유연성이 단연 일품이다. 약점인 파워부족을 보강하기 위해 올 무더위를 체력훈련으로 이겨내고 있다. 시드니의 8강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1분57초대까지 올라서야 하기때문이다. 오창균 대표팀감독은 “규철이는 국제대회만 나가면 숨가쁠 정도로 기록단축을 해 온 만큼 시드니에서도 잘 할 것으로 믿는다”며 강한 신뢰감을 나타냈다. 한규철도 “국제적인 스타들을 볼 때마다 승부욕이 먼저 솟구친다”며 “메달까지 노려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또 하나, 시드니 아쿠아틱센터를 다시 찾게 된 것도 그에겐 동력을 얻은 거나 마찬가지다. 지난 해 환태평양수영대회에서 1분57초대의 빼어난 기록을 올리고도 실격패, 아직까지 제대로 잠을 못 이룬다는 그다. 아시아기록 보유자 다카시 야마모토(일본·1분56초75)만 꺾는다면 목표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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