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냐 생시냐, 보고싶은 아들아"“기적이야! 살아있다니 기적이야!”16일 북한에서 보내온 8·15 이산가족 상봉 후보명단에 큰 아들 안순환(安舜煥·65)씨가 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덕만(李德萬·87)할머니는 연신 “꿈이냐 생시냐”를 되뇌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 내려오면 내가 직접 따뜻한 밥을 지어 먹여야지. 못 올라가게 할꺼야. 이제 내가 데리고 살아야지.”경기 하남시 초일동에서 둘째 아들 민환(民煥·59)씨와 함께 살고 있는 이씨는 큰 아들의 생존 사실이 믿기지 않는듯 찾아오는 사람마다 손을 붙잡고 “정말 순환이를 만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50년만의 상봉 기대감에 부푼 형제와 가족들도 민환씨 집으로 달려와 빛바랜 사진첩을 꺼내 놓고 밤늦게까지 어릴적 시절을 떠올리며 얘기꽃을 피웠다.
“착실하고 활발했던 오빠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떠올라요.” 하남시 신장동에 사는 순환씨의 여동생 순옥(舜玉·63)씨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했지만 할아버지가 어렵게 마련한 학비로 큰 오빠를 서울 중학교에 진학시킬 만큼 큰 오빠는 공부를 잘했다”고 말했다.
“1950년 7월 빨래터에 갔다오니 순환(당시 서울 한영중 3년 재학중)이가 친구와 함께 평양에 공부하러 간다며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겼어. 이후 순환이가 태어난 이 하남땅을 50년간 떠나지 않고 기다려왔지.”
이 할머니 등 가족들은 순환씨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자 정부 방침에 따라 사망신고를 했지만 ‘언젠가 살아온다’는 확신에 제사를 지내지 않고 있다. 시집간 여동생들도 본가 주변에 모여 살며 ‘오빠의 귀가’를 학수고대해왔다.
순옥씨는 “1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도 큰 오빠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감으셨다”며 “이제 가족들의 소원을 풀게 돼 너무 기쁘다”며 울먹였다. 민환씨 집에는 이날 소식을 들은 친척들의 축하전화가 쉴 새없이 걸려왔고 직접 찾아오는 친척들도 적지 않아 ‘즉석잔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강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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