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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망발' 파문 이념 갈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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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망발' 파문 이념 갈등인가

입력
2000.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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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통신의 망발 한마디에 정치권이 흔들리고 있다. 청와대가 그에 빗대어 야당총재를 비판한 데 이어 여야간 싸움박질로 국회가 정회소동을 빚었다. 이런 와중에 국무총리가 북의 망발을 지적한 대목을 놓고 여권내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자칫 우리 내부 이념적 갈등의 단초를 보는 듯해서 불안하기만 하다.이번 사태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실언으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원인제공은 북한 방송이었다. 아무리 체제가 다르더라도 야당총재가 국회에서 행한 발언에 대해 욕지거리로 비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망발이다. 또한 이런 망발에 빗대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야당총재를 비판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그의 말은 어떻게 보아도 지나쳤고,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한동총리의 국회답변을 둘러싼 여권내의 심상찮은 기류이다. 이 총리는 엊그제 국회에서 야당의원의 질문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망발을 했다”고 답변했는데, 이를 놓고 여권내부에서 남북간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는 식의 우려가 제기됐고, 일부에선 야당과 똑같은 소리를 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망발을 지적하면 남북간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고, 북한 방송이 우리측 야당 지도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욕을 해대는 것은 괜찮다는 것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야당이 청와대를 향해 친북세력인가 라고 묻는 것도 잘못이다. 물음의 진의는 다른 데 있다고 본다. 친북 여하를 알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사회 내부의 보수층을 자극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권이 이 발언에 대해 용공음해 재연이라고 발끈하는 데에도 타당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유념해야 할 것은 정치권의 이런 기류가 자칫 우리 내부의 이념적 갈등을 부추길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미 이번 파문을 보혁갈등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6·15 남북공동 선언 이후 곳곳에서 이념적 갈등 현상이 조금씩 엿보이는 추세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내부에서 갈등이 폭발하기만을 기다리는 극우·극좌 성향의 이데올로기 꾼들은 적지않다.

그들에게 빌미를 주는 우를 정치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여야는 이번 사태를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을 위한 생산적 통과의례로 치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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