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름알데히드는 무색기체 형태의 맹독성 화학물질이다. 소량이라도 인체에 노출되면 피부에 화상을 입힐 뿐 아니라 정서불안 및 기억력상실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로 희석한 수용액인 포르말린은 병·의원에서 시체의 부패방지용이나 소독살균제 등으로 사용된다. 사용도중 노출된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뇌암이나 백혈병, 대장암 등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킨 사례가 보고될 정도로 무서운 물질이다.주한미군의 경우도 사고사 등으로 사망한 미군의 유해를 미 본토까지 운반할 때 시신 방부처리용으로 포르말린을 사용해 왔다. 사용후 처리지침까지 마련해 둘 정도로 이 물질은 인체에 치명적이다. 주한미군은 이 폐기물을 고온소각이나 고온 용융(鎔融)처리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이 시설을 갖추지 않아 일본 오키나와 기지의 처리시설로 이송, 폐기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운동단체 녹색연합이 13일 미8군이 지난 2월 용산기지내 영안실에서 475㎖들이 포르말린 480병을 영내 하수구를 통해 몰래 버린 사실을 사진과 함께 폭로했다. 용기있는 한 군무원의 제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사령부는 14일 사실을 시인하고 또다른 방류사실이 없는지를 조사중이라고 발표했다. 놀라운 사실은 미군당국이 불법 방류사실을 알고도 녹색연합이 폭로할 때까지 이를 은폐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미군당국의 이런 반환경적·비인도적 처사에 엄중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의 생태계와 국민의 건강을 안중에 두지 않은 무법적 가해행위가 이번 한번에 그치는 일인지도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을 둘러싸고 가뜩이나 국민감정이 날카로운 시점이다. 자칫 반미감정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미군당국은 사건의 명확한 진상공개와 그 책임을 묻는데 진지해야 한다.
주한미군에 의한 환경오염문제가 말썽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당수 미군주둔 지역에서 유해폐기물이 불법매장되고 있는가 하면, 처리되지 않은 오·폐수가 무단방류돼 산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과 고발이 있어 왔다.
우리는 이같은 일련의 문제가 SOFA 규정 미비에서 비롯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한다. 현행 SOFA 규정에 따르면 미군은 시설과 기지를 반환할 때 제공당시의 상태로 원상회복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 개정협상이 다음 달 초로 임박했다. 환경오염 문제를 비롯, 미군도입 농축산물에 대한 검역, 노동자 권리 등의 모든 현안이 협정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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