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을 고집해 오던 홍경민. 그러나 카리스마가 좀 약한 편이었다. 그가 ‘클론’의 작곡자이자 프로듀서인 김창환과 손을 잡고 변신을 시도했다.김창환은 우리식 가요를 고수하면서도 때론 라틴, 힙합 등 조류 변화에 가뿐히 몸을 올려 놓은 흥행 작곡가. 그러나 홍경민이 김창환과 손잡았다고 이제 너무 상업적인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닐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의 가창 실력에 부드러움이 더해져 참 그럴듯한 발라드 가수로 다시 태어났으니. 프로듀서와 작사를 맡은 김창환, 작곡가 김우진의 콤비는 궁합이 꽤 좋다.
3집 ‘홍경민3’은 인트로가 가장 인상적이다. 홍경민이 쓴 시를 김우진의 곡에 실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낭송하는데 적당한 윤기와 무게를 가진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린다.
‘널 보내며’는 발라드 가수로서 홍경민의 승부처가 될 만한 곡이다. 하늘로 떠나는 애인을 넋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피아노와 기타의 선율에 애상어린 목소리로 표현했다.
‘영원히 나를 떠난다고 생각하지마/ 하늘에서 날 바라보며 기다리면 돼/ 내가 니 곁에 가는 그날까지만 참아/ 그 때 만나면 헤어지지 않을테니’. 절정부분에선 조금은 갈라지는 듯한 록 스타일의 발성이 나오는데 부드러운 전반부와 잘 어울리는 편. 가사가 상투적인 것은 다소 아쉽다.
마치 클론의 노래처럼 흥겨운 리듬의 ‘흔들린 우정’은 친구의 여자친구에게 끌리는 자신을 책망하는 남자의 얘기. 이번 음반의 타이틀 곡. 그러나 딱 흥겨울 정도의 템포를 가진 라틴팝 ‘혼자만의 느낌’은 대중의 사랑을 받을 만한 요소가 많다.
반복적인 하우스 리듬에 록을 가미한 ‘다시 한 번만’ 역시 여름에 어울리는 곡.
1997년 ‘이제는’으로 데뷔, 이듬해 ‘내 남은 사랑을 위해’로 이름을 알린 홍경민.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대중에게 ‘이거다’하는 노래가 없었다. 이전에 비해 리듬을 타는 기량이 한결 좋아져 음악을 즐기며 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준다.
그래서 듣는 쪽도 훨씬 편안한 느낌이다. 메탈리카, 본 조비를 좋아하는 그의 작지만 심상찮은 변화. 발라드와 라틴 팝은 비교적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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