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정회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 의원의 발언에 격앙된 의원들이 쏟아내는 원색적인 규탄발언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언론에 낱낱이 알려야 된다’는 의원들의 요청으로 공개리에 열린 회의에서 서영훈(徐英勳) 대표를 비롯, 모두 22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섰다.서대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청와대를 친북세력이라고 주장한 발언은 도저히 참기 어렵다”며 “이를 그대로 묵과하고서는 국정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당의 결정없이 개인 차원에서는 감히 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야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 총재명의로 대국민사죄를 하고 권의원 스스로 물러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반통일세력들의 도전을 일치된 단결로 저지해야 한다”(이 협·李 協) “군사독재적, 파쇼적 모습이 한나라당에 잔존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송영길·宋永吉) “지역감정 본당이 동서감정을 넘어 남북감정을 새로 조성,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장성민·張誠珉) 등의 강성발언이 이어졌다.
강경대응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원길(金元吉) 의원은 “통일 대 반통일 구도로 몰아가면 국내정치와 남북관계 진전에 부담이 있다”며 전선 확대를 경계했고 김영진(金泳鎭) 의원은 “자칫 야당의원 제명사태로 흘러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李海瓚) 정책위의장은 “약사법개정, 추경예산 등 현안이 산적한 임시국회를 잘 마무리짓는 일이 중요하다”며 여당의 ‘부담’을 상기시켰다. 남궁석(南宮晳) 의원은 “김대통령은 멀고 긴 가시밭길의 출발에 섰으며 오늘과 같은 일은 앞으로 수없이 나올 것”이라며 “그때마다 흥분한다면 결국은 그 길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한나라당은 권오을(權五乙) 의원의 친북세력 발언으로 정회 소동이 빚어지자 의원총회와 긴급 총재단회의를 잇따라 소집, “북한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 청와대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반격에 들어갔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여당의 사과요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야당총재에게 화살을 겨눈 청와대 논평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총재단회의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권대변인은 이어 “청와대의 ‘친북반이(親北反李)’적 태도를 지적한 권의원의 발언을 꼬투리로 여당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보인 수세적 상황을 뒤집으려는 속셈”이라고 몰아붙였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도 “의원 발언을 문제삼아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것은 의회주의 파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권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북한에 재발방지를 다짐받지 않고 오히려 야당총재의 심기를 건드린 여권의 ‘적반하장식 태도’를 비난하는 격앙된 발언들이 잇따랐다. 정회소동의 도화선이 된 권의원은 “북한방송의 망언에 사과를 요구해야 할 청와대가 오히려 우리 당 총재에게 화살을 겨누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동안 입을 다물어 왔던 박종웅(朴鍾雄) 의원도 모처럼 연단에 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YS에게도 비난논평을 내는 등 ‘길들이기’ ‘편가르기’에 나섰는데도 정부는 호랑이 등에 타 끌려가는 듯한 저자세만 보이고 있다”고 맹공을 펴 박수를 받았다.
한나라당은 청와대 남궁진(南宮鎭) 정무수석이 두차례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밝히자 권의원을 통해 “친북세력 발언이 용공세력으로 비쳐졌다면 유감”이라고 유감표명을 하면서 수습에 들어갔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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