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3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때 현지의 한 축구인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강한 팀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마 교도소팀일 것”이라고 대답했다.하도 의아해 교도소에도 팀이 있느냐고 묻자 “지난해 축구도박이 크게 성행했는데 승부조작에 개입해 구속된 선수들과 감독, 코치들로 팀을 만들면 아마 최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독, 선수를 막론하고 스타들이 축구도박에 연루돼 대거 철창신세를 지게 된 사건을 풍자적으로 빗댄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축구도박은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동남아에서 축구도박은 흔하다. 얼마전 끝난 유럽축구선수권때는 태국경찰이 축구도박을 한 192명을 체포했는데 규모는 무려 5억2,000만달러(약 5,720억원)나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축구는 도박성이 강하다. 어쩌면 도박을 즐기는 것 자체가 인간의 속성일지 모르며 승부에 돈을 걸면(베팅) 더욱 익사이팅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팀과 자신을 연결시키는 또 하나의 고리가 만들어질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유럽에서 축구도박은 이미 20세기초 일종의 베팅을 축구경기와 연계된 게임방식으로 새롭게 고안해 발전해 왔다.
오늘날 유럽에서 축구에 대한 베팅이 하나의 건전한 ‘지적 게임(풀스게임)’으로 간주되는 것은 그 합리성과 합법성때문이다. 반대로 동남아에서 불법이 성행하는 것은 제도자체가 없는데다 축구의 인기와 사행심이 결합된 사회적인 분위기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8월 법이 개정돼 풀스게임(축구복표사업)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11개월이 다 되도록 시행업자 선정은 고사하고 시행령도 통과되지 않아 내년에 예정대로 시행될지 의문이다.
축구복표사업은 2002년 월드컵 경기장 건설의 재원충당은 물론 축구발전의 기폭제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차질없는 시행이 절실하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전세계적으로 풀스게임의 매출액이 총 63조원에 이르렀다. 당연히 2002년 월드컵때 외화획득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조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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