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은 파행으로 얼룩졌다.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 의원이 이회창(李會昌) 총재에 대한 북한 방송의 비방 보도와 관련해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지적하면서 “청와대가 언제부터 친북세력이었느냐”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었다. 순식간에 본회의장은 여야의원들의 고함과 삿대질속에 수라장판으로 변했다. 이만섭(李萬燮)의장이 서둘러 정회를 선포한 뒤 열린 민주당 의총에선 한나라당을 ‘반통일세력’으로 몰아붙이며 험한 말들이 쏟아졌다. 야당 총재를 ‘놈’으로 호칭한 북한이 정치권의 입을 오염시키기나 한 듯 여야가 경쟁적으로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토해 내고 있다.전날 벌어진 대통령 경호 공백을 둘러싼 논란도 비생산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야당의원들은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차량에 동승한 것을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중대사태”였다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사전 협의가 있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 혼란을 부추겼다.
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조정해야 할 국회가 요즘‘남남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남남갈등의 본질이 정략에 따른 ‘막말 정치’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북한의 말 한마디가 국내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른 역작용이 우려 되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남북문제에 대한 국론분렬을 우려하는 정치인들이 북한의 말 한디로 놀아나 국론분열을 일으키는 꼴이다. 국론결집과 문제해결에 앞장 서야 할 정치권이 제 역할은 커녕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으니 한심스럽기만 하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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