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환율 불안이 가속화하자 “아시아권에 ‘제2의 환란(換亂)’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폭락으로 태국, 필리핀 등 인근국가의 통화까지 수직하락하면서 국내에서도 1997년말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경종이 울리고 있는 것. 하지만 국내 외환 전문가들은 “전혀 영향이 없을 수는 없지만 제2의 위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동남아 통화가치 동반 하락
극심한 정세불안을 겪고있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지난해말(달러당 7,100루피아)이후 폭락세를 거듭, 12일 장중 한때 16개월만의 최저치인 달러당 9,455루피아를 기록했다. 올들어 루피아화의 가치가 무려 34%나 폭락했다.
문제는 주변국가들의 통화도 동반 폭락하고 있다는 점. 태국 바트화는 11일 10개월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40.02바트를 기록한데 이어 12일에도 40.06바트로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필리핀 페소화도 11일 30개월만에 가장 낮은 달러당 44.82페소로 장을 마감한 뒤 12일 44.66페소로 다소 가치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약세를 면치못했다. 이같은 동남아의 환율 불안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호주, 싱가포르 등에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반 몰락’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나라 문제없다
비관론자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1997년말 외환위기가 태국 바트와 폭락에서 촉발됐다는 점. 하지만 대다수의 외환 전문가들은 “당시와 달리 경제여건이 크게 좋아진 만큼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의 근거는 외환보유액이 대폭 늘어난 데다 외환위기의 또다른 가늠자가 될 수 있는 단기외채도 크게 줄었다는 것. 97년말 88억7,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이 6월말 현재 901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등 무려 10배 이상 늘어났고, 단기외채는 635억6,000만달러(97년말)에서 468억4,000만달러(5월말 현재)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또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반 인식’이 차차 퇴색하고 ‘차별화’가 점차 진전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들 국가의 통화 폭락이 외부요인보다 정치불안 등 내부요인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데다 우리나라 및 대만 등에는 주식유입자금이 계속 늘고있다는 점이 한 예.
한국은행 조문기(趙文基)외환운영팀장은 “1차 외환위기의 경험탓에 동남아 국가 통화 폭락을 이상징후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쇼크로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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