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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영화, 방화냐 외화냐

입력
2000.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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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등급위원회가 ‘불가사리’ 등급심의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북한 영화를 외국 영화로 봐야 하나, 아니면 우리 영화로 분류해야 하나. 처음에는 수입 허가를 거쳤으니, 당연히 외국 영화로 생각했다.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영화인들과 시민단체들로부터 북한 영화도 우리 영화로 인정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화인들은 “민족 동질성 차원에서라도 국내 상영이 허용된 작품은 한국 영화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북한 영화를 어떻게 분류하느냐는 스크린 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계산은 물론 극장과의 수익금 배분 문제, 각종 통계 등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영화계도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 영상물등급위원회 김수용 위원장은 “‘불가사리’의 등급심의가 있을 22일까지 정부의 결정이 없으면 북한영화는 외화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슬프면서도 재미있다.” “내용이 조금 어렵다.” “심형래의 ‘용가리’보다 재미 없다.”

국내 상영 북한 영화 1호가 될 ‘불가사리’(22일 개봉) 시사회에서 초청받은 어린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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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도중 웃음도 간간히 들렸다. 불가사리가 너무나 많은 쇠를 먹어치워 사람들이 살 수가 없게 되자, 여주인공이 목숨을 던져 불가사리를 죽이는 장면에서 슬퍼했다.

죽은 불가사리가 다시 살아나 여주인공 몸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화려한 액션과 시각 효과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사람이 불가사리 인형 속에 들어가 연기하는 것이 싱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마치 우리의 60년대 영화를 보는 듯한 연기, 한 눈에 봐도 엉성한 합성 장면과 미니어처, 독특한 말투, 연극적인 분장과 움직임이 우습긴 하다.

그러나 영화적 기술이나 완성도를 떠나 전체적으로는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즐거워하고 만족해 하는 모습이었다.

스크린에서 처음 보는 북한 영화란 점도 있지만 남북정상회담 이후 그만큼 북한에 대해 너그러워진 것 같다. 부패한 고려말 왕조를 농민들이 봉기해 무너뜨리고 새 세상을 건설한다는 다분히 혁명적 줄거리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려말 학정에 시달리던 한 대장장이가 농민들을 도우다 옥사하면서 밥으로 만든 인형이 살아나 농민들 편에 서서 관군을 무찌른다.

우리의 민화를 소재로 한 ‘불가사리’는 1985년 조선예술영화촬영소가 전세계 배급을 목표로 일본 도호영화사 특수촬영팀의 도움을 받아 만든 괴수 영화. 그러나 연출을 맡은 신상옥 감독이 북한을 탈출하면서 공개가 금지됐었다.

그러다 13년 뒤인 1998년 일본에서 처음 상영돼 호평을 받았다. 도쿄 키네마 오모리 극장에서는 8주 동안 할리우드 ‘고질라’의 3배인 1만 8,000명이 관람하는 기록을 세웠다. “불가사리의 따뜻한 인간미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사실 대장장이의 딸인 아미(장선희)의 피를 받아 인형에서 살아있는 생명체로 바뀐 불가사리는 착하고 귀여운 이미지에다 약한 자를 헤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생명을 준 아미를 따른다.

장선희는 신상옥 감독의 다른 영화 ‘사랑 사랑 내사랑’에서도 주연을 맡았던 인민 배우. 불가사리 역은 고질라 연기를 했던 일본 배우 사츠마 켄하치로가 맡았다.

북한은 ‘불가사리’에 신상옥이란 이름을 빼버렸다. 대신 ‘웅성이는 밀림’ ‘광주는 부르고 있다’ 등을 연출한 정건조 감독 작품으로 소개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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