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이 대통령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론을 제기해 파장이 일었습니다. 개헌론자들은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정치 구현, 조기 권력누수 문제 해결을 위해 중임제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반대론자들은 개헌이 집권연장의 방편으로 악용되고 국가적 혼란을 부를 소지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찬성
권력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와 권한을 재검토해 국가권력을 최적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구체화해 정부가 ‘일할 수 있고, 동시에 권한을 남용하지 않게’ 제어작용을 하도록 개헌에 대한 공론화가 요구된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상황론은 유보하겠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임기 문제는 국민의 헌법정책적 판단에 속한다. 다만 대통령 국정수행의 책임성과 국정의 통일성에서 볼 때 현 단임제는 자칫 ‘대통령 무책임’과 ‘대통령직 기능부전’의 원인(遠因)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직은 다른 헌법기관과 더불어 수행되는 것이라는 점, 대통령의 책임성과 대통령직 기능성을 위해서, 더 나아가 국민들이 주기적으로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즉응성(卽應性)을 고려할 때 임기 5년은 사회변동속도에 비추어 지루하고 피로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세계적인 추세에서 보더라도 내각책임제를 채택한 국가들에서 길어야 2년 안팎으로 정권에 대한 신임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모른 채 하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의 임기와 같이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1년 줄이고, 동시에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재평가를 묻는 여지를 두는 중임제로의 개정 역시 고려해 볼 만하다고 본다.
현행 헌법에서는 국민이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아 국가원수와 정부수반의 권한을 행사케 하는 미국식 대통령제의 특징을 규정하면서도, 부통령이 없고 국회의 동의하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총리를 두는 내각책임제적 기능도 있다. 이같은 내각제적 요소는 정부 운용에 약도 독도 될 수 있는데 불행히도 정당의 내적 성숙과 민주적인 운용이 미비한 우리 정당구조에서는 헌법의 정부형태 모순이 오히려 심화돼 ‘분리된 정부’와 ‘정부 도산’까지도 올 수 있다. 국회 동의절차는 총리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주고 국회의 견제권을 인정하는 것이나 정부·국회 양쪽에 득이 없이 힘도 없는 총리를 사이에 둔 정당간의 정쟁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이 점이 부통령 개헌론을 나올 수 있게 한다.
/강경근·숭실대 법대 교수·헌법학
■반대
헌정사상 정치적 변혁기가 아닌 평상시의 개헌논의는 대개 기본권 보장이 아닌 집권연장의 관점에서 시작됐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개헌론 역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 도입 여부여서 권력 연장 내지 분점이 개헌논의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과 다를 바 없다.
1987년 국회헌법개정안 기초소위원장으로서 현행 헌법 개정작업에 참여했던 필자는 최근의 개헌논의를 접하고 그동안 보관해온 당시의 협상 메모를 들춰봤다. 여당인 민정당은 6년 단임을, 야당이던 민주당과 신민당은 각 4년 중임에 부통령제를 제안했고 충분한 토의후에 우리의 정치현실에 비추어 부통령제는 채택하지 않고 5년 단임으로 여야 만장일치로 합의했던 것이다.
4년 중임제를 도입할 경우 대통령의 권력누수 현상은 어느 정도 방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임기 후반에 가면 단임제의 경우와 무엇이 다른가. 당선 순간부터 재선을 위한 인기영합 정책만을 추진하게 되고 민족의 미래를 설계할 소신있는 국정수행은 불가능하다. 평화로운 권력이양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이제야 겨우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 시점에 굳이 4년 중임제를 도입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이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지금의 정치상황이 당시에 비해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이제는 권력구조의 개편만을 위한 개헌은 지양되어야 한다. 현행 5년 단임제에도 장단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잦은 개헌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임제는 과거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장기집권을 치유하는데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자유당 시절 우리는 이미 부통령제의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단원제 하의 부통령의 역할은 대통령의 보좌나 대통령 유고시 대행, 승계자 정도이다. 정·부통령간에 권력의 분점은 없다. 오히려 권력 내부의 마찰로 인한 국정혼선의 경험이 있을 뿐이다. 지역주의 폐해 극복보다는 갈등을 부추길 개연성이 더 높다. 권력분산은 부통령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경대·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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