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레이딩으로 수십배 내지는 수백배의 수익을 올렸다는 보도가 심심치 아니하게 나오는 가운데 얼마전 모 증권회사에서 데이트레이더의 부적격 사유를 제시하였다. 이 가운데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나이가 35세를 넘거나 PC 사용이나 인터넷과 통신의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자가 그것이다. 데이트레이딩이라고 하는 것이 온라인 트레이딩을 전제하면서 속성상 순발력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부적격 사유가 제시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니 데이트레이딩으로 얼마를 벌었다는 보도가 나온다고 해도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지금 세계는 정보통신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여 또 다른 산업혁명을 태동시킬 것이라고 흥분하고 있다. 이를 우리는 정보화, 지식경제 등으로 일컫고 있다. 또한 탈냉전시대를 맞이 하면서 세계경제가 통합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여기에 필연적으로 대두되는 것이 구조조정이고 M&A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현안문제는 반드시 외환위기에 기인하는 것만은 아니고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고 보아야 옳다.
모든 전환기 과정에서는 사라져가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새로이 떠오르는 계층이 있으며 득을 보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손해를 보는 부류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이해가 상반되게 마련이고 갈등이 야기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해소하는 방책에 있는 것이지 사라져가는 계층의 발버둥을 ‘집단이기주의’라고 힐난하는데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누구라도 당사자의 입장에 서게 되면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개되는 과정을 보면 대체로 데이트레이딩의 부적격자들이 사라져가고 적격자들이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령층으로 보면 40~50대가 주로 사라져가고 20~30대가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세대 교체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PC와 같은 정보통신기기를 쉽사리 조작할 수 없으며 새로운 정보 또는 지식을 취득할 능력이 없거나 과거와 또는 낡은 지식과 손절매를 하는데 조금이라도 거리낌이 있으면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전후 우리경제는 참으로 어려웠다. 한 때는 밥을 굶는 시대도 있었다. 1960~70대가 세끼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면 50~60대는 고깃국을 먹을 수 있도록 했고 40~50대는 먹는 차원을 떠나서 즐기는 차원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들은 정보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용도폐기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40대는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지는 격이 되고 만 것이다.
정보혁명과 세계화 속에서 필요조건으로서 구조조정과 M&A의 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지구촌에서 낙오되지 아니하려면 불가피한 과정이다. 정부에서는 인력감축이 없는 구조조정을 외치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데이트레이딩 부적격자의 퇴출을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아니된다. 그렇게 해서는 구조조정의 의미는 반감되고 성공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우리는 데이트레이딩의 부적격자들에게도 일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들은 데이트레이딩에서 요구되는 순발력이 부족할 뿐이지 전통적인 주문투자에서는 데이트레이더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가 있다. 정부에서도 첨단, 벤처만 내세우지 말고 아직도 전통적인 업무에서는 충분히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이들에게 직업을 마련해 주는데 머리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구조조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해소할 수가 있으며 또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한성신·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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