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몰고 다니는 사나이’독일 정가가 보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사진)의 요즘 평가다.
1년전까지만 해도 혹독한 총리 신고식을 치르며, '무능한’ 총리로 낙인찍혔던 그가 '강한 독일’의 선봉장으로 환골탈태했다.
그의 리더십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경제, 정치, 외교 등 슈뢰더의 독일은 모든 분야가 핑크빛 일색이다.
RWI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가장 높은 3.2%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까지 400만명을 넘었던 실업자는 지난달 380만명으로 줄어들어 1996년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호조를 보이는 각종 경제지표를 볼 때 독일 경제가 미국식 장기호황에 접어들었다는 고무적인 뉴스도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집권 후 각종 지방선거에서 연전연패했던 슈뢰더는 기민당의 콜 스캔들이 터져나온 뒤 순식간에 반전된 분위기를 타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5월 14일 실시된 노르트라인_베스트팔렌주 주의회 선거에서도 야당인 기민당에 낙승을 거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코소보 공습을 지지, 전후 처음으로 외국에 군대를 파병했다.
지난달 러시아를 시작으로 프랑스 중국 이란 등 주요국과의 고위급 정상회담은 슈뢰더와 독일의 외교역량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에서는 슈뢰더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에 비유하면서 '타고난 생존술’을 구사하는 지략가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안팎의 이같은 화려한 치적을 슈뢰더의 '실력’으로 돌리는 데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호황은 유로화 약세와 세계적인 경기회복세가 바탕이 된 무임승차 성격이 강하고, 집권 사민당의 득세 역시 기민당 반감에 따른 어부지리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개혁조치는 전임 기민당 정권이 '설계’를 마친 것들이 대부분이다. 외교도 실상은 슈뢰더의 일관성 잃은 무원칙만을 드러냈다는 비난을 받았다.
친 영국기조를 유지해 온 그가 유럽연방 통합 논의에서 영국을 배제한 채 프랑스로 급선회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한 예이다.
말하자면 그가 아니더라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기 때문에 슈뢰더가 한 일은 '잠자코 있어준’ 것에 불과하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시각이다.
훌륭한 정치가는 행운을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독일 정가의 속설이지만, 정치 분석가들은 행운이 소진됐을 때의 슈뢰더 행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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