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첫선을 보인 일문일답식 대정부 질문은 실망스러웠다. 정책현안을 둘러싼 밀도있는 공방, 국회차원의 새로운 토론 문화에 대한 기대는 접을 수밖에 없었다. 재탕 질문, 핵심을 벗어난 답변 등 ‘고질병’도 문제였지만 결정적으로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을 갖게 한 것은 부정선거 논란 등 정략적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었다.여야 의원들은 거의 예외없이 부정선거 시비에 대한 각 당의 ‘대변인’역할을 하는 데 급급했다. 중진이나 초선의 구분도 없었고 또 총리나 주무장관인 행정자치부 장관의 답변은 처음부터 안중에 없는 듯했다. 무조건 더 많이 말하고 보자는 식이었다. 여야 의원들의 입에서 서로 뒤질세라 확인되지 않은 특정 지역구의 선거법 위반 주장이 터져 나올 때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386세대’인 민주당 임종석(任鍾晳) 의원도 선거부정 의혹 선거구 리스트를 들고나와 진흙탕싸움에 뛰어 들었고 같은 386세대인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신상발언으로 맞섰다. 늘 ‘개혁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들도 볼썽사나운 ‘대리전’을 감행한 것이다. 의원 1인당 15분으로 제한된 질문시간은 이런 소란속에도 가차없이 흘러갔다.
4·13 총선 부정 시비가 결코 가벼운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부정선거 문제가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 국회에서 ‘말의 성찬’이 난무할수록 실체규명보다는 정략적 공방으로 끝난 경우가 많지 않았느냐는 반문에 의원들 스스로가 답변해야 한다. 일문일답식 질문이 기대에 못미친 것은 의원들의 기본적 자질과는 관계가 없었다.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