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 은행파업 종결은 금융개혁의 지속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틀에 대해 정부와 노조가 합의했다는 데에 가장 큰 의미를 남겼다. 여러 전제조건이 붙어있지만, 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되고 관치금융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 구조조정은 본궤도에 올라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하지만 금융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많다. 정부·금융노조 합의문에서 보듯 원칙적인 방향만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파업의 실질적인 원인이었던 조직·인력 축소 문제는 계속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정부는 2단계 금융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정부 주도의 강제적 합병은 없을 것이고 조직 및 인원 감축 등에 관한 노사간 단체협약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떤 식으로든 합병은 있을 것이고 구조조정의 핵심은 곧 조직의 효율화이므로 고통과 희생도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직장을 떠나야 하는 금융 종사자들에 대한 재취업 계획 등이 검토돼야 한다. 1단계 구조조정이 하드웨어를 정비한 것이라면 2단계는 소프트웨어 개선이어서 금융종사자들의 이해와 협력이 필수 전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노사 협의에 맡길 경우 개혁 자체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데 이 문제의 어려움이 있다.
정부는 관치금융 근절을 위해 은행경영 등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국무총리 훈령이나 국무회의 결정사항으로 대외에 공표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관치금융이 무엇인가에 대한 양측의 견해 차이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또 한차례 관치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감독 사항이 어디까지 관치에 해당하는지, 또는 아닌지 등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한다.
정부는 정책실패로 발생한 은행부실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추가 조성이 불가피하게 된 막대한 규모의 공적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큰 문제다. 현재 공적 자금은 거의 바닥이 난 상태다.
본격적인 금융 구조조정은 이제부터다. 정부와 은행은 할 일이 많다. 정부는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구조조정 전략 및 밑그림을 제시해야 하고, 은행은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 종사자들의 “왜 우리만 당하느냐”는 이유있는 항변에 대답하고 고통의 분담을 위해 기업·공공 부문의 개혁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극복했지 경제위기를 넘어선 것은 아니다. 이번 노·정 타협을 선례로 삼아 모든 경제주체가 집단 이기주의를 버리고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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