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기된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론이 정치권에 민감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 의원들이 사석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지만 대정부 질문을 통해 개헌론이 제기된 것은 예사롭지 않다.특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민주당 이인제 상임고문 등이 평소 선호해 온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본격 제기할 경우 개헌 논의가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
4·13 총선 직후 이회창 총재는 대통령 중임제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고, 민주당 이인제고문도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도입 방안을 거론했다. 이날 개헌론을 제기한 민주당 송석찬 의원은 이고문과 매우 가까운 사이다.
이한동 총리는 답변에서 “국민의 의사를 토대로 국회에서 진지하게 논의할 사안”이라며 “총리로서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켜갔다. 그러나 이총리는 최근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내각제가 안된다면 미국식 부통령제를 곁들인 4년 중임제를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개헌문제의 키는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 여론이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대통령 단임제와 4년중임제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개헌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고 말해 국회의 개헌 논의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측은 김대통령의 임기후반에 개헌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남북 정상회담으로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남북관계 발전은 물론, 사회 각 분야의 개혁 추진 및 마무리 작업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개연성을 우려하는 것 같다.
청와대측은 공동정권 파트너로 내각제 당론을 고수하고 있는 자민련의 입장도 감안해야 하는 처지다.
정치권 안팎에 개헌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1987년 만들어진 대통령 직선제 헌법에 큰 문제가 없으며 단임제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민주화가 정착될 때까지 현행 헌법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올 연말 전후해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대선을 1~2년 앞두고 선거의 룰을 바꾸는 개헌을 추진할 경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실제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많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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