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사진작가 김중만씨가 지난달 15일부터 70여일간의 일정으로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있다. 지금 그 곳은 늦가을. 아침 저녁이면 서늘한 기운까지 느껴진다.김중만씨가 본 가을의 검은 대륙을 매주 1회(수요일) 연재한다. 문명, 사람들, 동물들…. 그 곳 모든 생명의 양식을 사진과 글에 담을 예정이다.
1년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 촬영차 잠시 들른 적이 있었다.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넬슨 만델라의 신문기사를 인상 깊게 읽었다. 제목은 이러했다. '넬슨 만델라 No Job, No Money, New Lofe'
1년의 시간이 흐른 요즘, 그는 대통령 때보다 더 바쁘고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로 지내고 있다.
아프리카 기행 서울을 출발한지 17시간53분(홍콩 경유)만에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최종 목적지인 탄자니아로 떠나기 전 이 곳에서 3일간 휴식을 취하면서 장비를 점검했다.
만델라의 나라. 가장 아프리카 같지 않은 나라. 올 때마다 신비스러운 마음이 드는 곳이다. 밤에는 불안해서 마음대로 다닐 수 없어 늘 밝을 때만 보아온 반절의 나라이기도 하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만델라의 비서를 통해 사진책 '동물왕국,과 2000년 카렌다를 전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에 떠있는 섬 잔지바르(Zanzibar). 페르시아어로 '흑인의 해안'을 의미한다. 대륙의 탕카니카와함께 탄자니아를 구성한다. 탄자니아에 속해 있지만 따로 대통령을 뽑는등 완전한 자치를 누리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1주일을 머물렀다.
잔지바르는 16세기 포르투갈이 잠시 점령했다가 곧 아랍인들의 수중에 넘어간 동아프리카의 관문이다.
점령자들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사냥한 흑인들을 이곳에 집결시키고 지옥에 내다 팔았다.
잔지바르 시내 스톤타운은 악명 높은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 노예들에 의해 지어진 건물들. 아랍과 아프리카의 양식이 뒤섞여 있다.
200여년, 혹은 300여년간 인도양의 바람 속에 서있던 교수대, 감옥, 전망대…. 지금은 그저 묵묵히 관광객의 시선을 맞고 있을 뿐이다.
시내 한 켠에는 마루후비 궁전터가 남아있다. 이 곳에 정착한 오만의 술탄 사이드가 99명의 아내와 함께 살았다는 성터이다. 지금은 앙상한 폐허로 말이 없다.
적막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기억하는 듯하다. 시간과 역사, 우리의 현재를 생각케 한다. 그 곁으로 노예를 거래하던 집들(Tip Tip House)이 늘어서 있다. 채찍질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평화와 고요와 적막이 숨쉬는 지금의 거리가 낫다.
오래 된 무역항답게 잔지바르에는 여러 인종이 살고 있다. 아프리카인, 아랍인, 인도인…. 종교는 압도적으로 이슬람교(97%)이다.
특별히 아름답지도, 또 밉지도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선한 눈빛을 갖고 있고 늘 웃음을 띠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순박하다. 케냐에서처럼 누가 카메라를 훔쳐가지 않을까 거정을 하지 않아서 좋다. 섬의 가을은 쾌청하다.
아침은 섭씨 15도, 낮 기온은 25도 정도다. 촬영하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이다. 옥색 수정바다에 하얀 돛단배가 나아가고 구름이 적당히 떠있어 바다의 색이 더욱 깊다. 길이 200m의 화이트샌드 아일랜드, 그리고 프리슨 아일랜드, 스네이크 아일랜드….
끼니를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도착한 지 이틀 동안 거의 먹지 못하다가 스톤타운에서 '파고다'라는 이름의 중국음식점을 발견했다.
볶음밥과 쇠고기요리, 닭고기 스프를 거의 미친듯이 먹었다. 해안의 먹거리 시장 '라시드팍'에서의 식사도 괜찮았다. 꼬치구이, 바닷가재 구이를 먹었다. 우리 돈 7,000~8,000원이면 3식구가 이것저것 실컷 먹을 수 있다.
의외의 고급식사를 시내의 프랑스 레스토랑 잔지푼(Zanzifun)에서 할 수 있었다. 1인당 8,000원 정도였지만 훌륭했다. 벨기에 출신의 주인은 예쁜 금발의 아내 알렉스와 6개월된 딸 질과 함께 살고 있다.
다음 생선지는 대륙의 항구 다르에스살람. 짧은 일정이었지만 머물렀다가 떠나는 마음은 항상 그렇다. 오래된 가면과 조각품 몇 개를 샀다.
일간 신문에 처음 하는 연재에 대한 걱정도 많다. 어떻게 써야 하나. 그러나 용기를 내 본다. 작가나 기자가 아닌 사진가로서 사진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매일 일어나는 삶의 모습을 그저 털털하게 담아내면 될 터이다.
▥ 김중만은 누구
1954년 강원 철원에서 태어났다.
17세때 정부파견 의사인 부친을 따라 한국을 떠나 10년간 아프리카와 프랑스에서 지냈다. 프랑스니스 국립응용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1977년 프랑스 알레 국제사진페스티벌에서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
프랑스 패션잡지 '엘르, '보그, 등에서 일하다가 1979년 귀국, 국내에서 패션 사진을 찍었다.
1988년부터 프리렌서로 활동하며 현재 스튜디오 벨벳언더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다.
'불새, '넋두리-김현식, '인스턴트 커피, '동물 왕국, 등의 사진책을 펴냈다. 부인 이인혜(36)씨와 네오(11)군 등 가족이 그의 사진여행에 항상 동행한다.
사진작가 김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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