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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고끝 최종합의 발표는 왜 오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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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고끝 최종합의 발표는 왜 오늘하나

입력
2000.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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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금융산업노조가 11일 오후 7시30분 최종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히면서도 “발표는 12일 오전10시 노사정 위원회에서 하겠다”고 말했다.발표주체를 노사정위원회로 정하고 발표시기도 미룬 것은 정부측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아무리 노·정간 대화였다고해도 정부가 노조와 직접 합의를 하고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말했다.

사실 처음부터 정부는 노조측과 직접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에 대해 매우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그동안 ‘노사문제는 근본적으로 노사가 풀어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천명해온 정부로선 만약 이번 금융노조와 협상을 벌여 합의까지 하는 전례를 남긴다면 앞으로 수많은 노조가 사측보다는 정부만을 상대하려할 것이고, 이 경우 정부는 노·사간 중재자 아닌 당사자로서 사사건건 개입해야 하는 사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노사정위원회는 어차피 3자간 협의체이고, 정부는 중립적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금융노조와의 합의도 노사정위원회의 틀에서 처리하는 것이 모양에 맞는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실무진도 이헌재(李憲宰)장관과 이용근(李容根)위원장에게 정부대표가 합의문에 노조위원장과 ‘코사인(co-sign:동시서명)’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보고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도 “정부가 민간기업의 노조와 협상을 나선 사례가 한 차례도 없었던데다 협상타결 직후 노조와 세레모니(합의의식)까지 가질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돼 노사정 위원회로 넘기자는 정부측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발표형식은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배려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일 최초의 노·정간 중재테이블을 마련한 것도 노사정위원회였고,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연결고리를 이어준 것도 노사정위원회였던 만큼 겸사겸사 타결의 ‘공’을 노사정위원회로 넘기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강력히 개진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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