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파업이 하루만에 끝났다. 파업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손실과 생활의 불편을 걱정했던 국민들은 일단 안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파업이 끝났다고해서 금융문제가 일시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중에서 특히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부문은 ‘관치 금융’이다. 금융노조는 관치 금융 근절을 주장했고, 정부는 관치 금융은 없다고 반박했다. 어느 쪽이 맞는지 알 수 없으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IMF 체제 진입 원인으로 우선 제기됐던 것이 정경유착이고, 그 핵심고리에는 관치 금융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관치 금융은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정부와 금융계는 약속했던 것인데, 아직도 이 문제가 이번 파업의 핵심 사안이 된 데 대해 국민들은 답답할 뿐이다.어디까지가 관치인지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관치금융이 청탁 압력 정경유착 등의 형태로 경제논리가 아닌 다른 논리에 의해 대출을 강요하거나 인사 등과 같은 경영에 간섭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라면, 현 정부들어 이같은 현상이 많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율’이라는 이름아래 공공연히 자행되어 온 ‘관치’가 상당히 있었음을 국민들은 기억한다. 다만 IMF체제 이후 금융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었던 불가피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였다. 더구나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 수십조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상태에서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금융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관치는 사라져야 한다.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의 일방적인 지시나 협조요청이 계속된다면, 그것이 아무리 국가경제를 위한 선의의 목적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정부는 무조건 관치가 없었다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 온 것들 가운데 일정 수준을 넘어선 부분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기준이 불분명하다면 금융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참조하면 된다.
은행 부실을 무조건 정부에 떠넘기려는 노조의 자세도 문제다. 은행 스스로 관치 금융을 빌미삼아 자체 경영개선 등을 소홀히 하고 현실에 안주하려 했던 ‘도덕적 해이’는 없었는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금융시장에 관치가 개입할 여지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중앙은행의 공개시장 조작 및 정부의 감독자로서의 역할 등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이번 은행 파업에서 얻어야 하는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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