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병사들의 잇따른 범죄 행위가 오키나와(沖繩)의 반미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1995년 초등학교 여학생 성폭행 사건의 상처가 덧난 데다 21~23일의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환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9일 새벽 오키나와시에서는 가데나(嘉手納) 미 공군기지 하사관(21)에 의한 뺑소니 사고가 일어났다. 그는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승용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회사원(27)을 치어 경상을 입히고 달아났다가 30분후 사고 현장에 되돌아와 구속됐다.
비교적 단순한 사건이지만 앞서 3일 새벽 후텐마(普天間) 기지 소속 해병대원(19)이 술에 취해 아파트에 침입, 잠자던 여중생을 강제 추행한 사건 이래 6일만에 다시 빚어진 미군 범죄여서 여파가 크다.
더욱이 강제 추행 사건 직후 애초에 G8회담과 관련, 14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음주·사복 제한 등의 기강숙정안 ‘신데렐라 리버티’를 8일밤으로 앞당겨 시행한 직후에 일어난 사건이어서 주민들의 불신감은 더하다.
사건 직후 미군 당국은 밤 12시~새벽 5시의 외출과 음주를 금지하고 기지내의 주류 판매도 중지하는 등의 추가 규율 강화책을 발표했다.
또 일본 당국에 즉각 사죄의 뜻을 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강제 추행 사건 직후에도 미군 책임자와 총영사가 이나미네 게이치(稻嶺惠一) 오키나와지사를 방문, 사죄한 바 있어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본 정부도 G8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우려, 대미 항의와 주민 반발 무마 등 양면의 대응책을 서두르고 있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무장관은 11일 오후 폴리 주일 미대사를 만나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한편으로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관방장관은 이날 "미군도 일련의 사건을 중시, 재발방지를 위한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오키나와의 지방의회와 학부모회 등이 미군 기지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는 대규모 기지 철수 요구 집회 준비에 들어갔다.
강제 추행 사건이 1995년 초등학교 여학생 성폭행 사건과 유사한데다 올들어 미군 범죄가 빈발, 미군 철수만이 궁극적인 재발방지책이라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사태가 쉽사리 수습될 전망이 아니어서 애초에 G8 정상회담이 기지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할 것이란 미일 양국의 은근한 기대는 물거품이 돼가고 있다.
▲1월:해병대원 여성 폭행 미수 사건
▲4월:수륙양용차가 훈련해역 벗어나 어장과 산호초 파괴
▲5월:민간 사탕수수밭에서 사격 훈련
해병대원 4명 양품점 침입, 강도
▲6월:사격훈련에 의한 산불
▲7월:해병대원 아파트 침입, 여중생 강제 추행
해병대원 뺑소니 사고
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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