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소설시장이 아무리 난해해 보이더라도 소설이 격과 차를 지닌 어떠한 것이라는 믿음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신예작가 김종광(29)이 첫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문학동네 발행)을 묶어냈다.
김씨는 1998년 계간지 문예공모로 등단한 이후부터 최근 젊은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힘있는 서사 구성, 그리고 해학과 풍자의 능수능란한 변주로 주목받아온 소설가. 올해는 일간지 신춘문예에 다시 응모해 당선돼기도 했다.
그의 첫 작품집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11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경찰서여, 안녕’은 괴도 루팡을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로 다소 과장된듯한 소재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야기 전체의 얼개와 호흡을 조절해나가는 힘이 느껴진다.
‘분필 교향곡’도 고교 체육시간에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을 모티프로 하여 전개되는 소년소설이다. 김씨는 어떤 계몽적 시선이나, 제3자의 전능한 위치, 이념적 편향도 내보이지 않은채 한 편의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많이많이 축하드려유’는 익살섞인 대화체, 그리고 해학 어린 문장만으로도 잘 읽히는 소설이다.
짧은 작품에 30명이 넘는 등장인물들이 속사포처럼 퍼부어대는 원동기 면허시험장에서의 능청스런 입담을 작가는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그의 체험의 구체성은 살아있다. ‘모종하는 사람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어 공공근로사업에 지원한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 작품. 젊은 작가답지 않은 민중적 삶에 대한 넉넉한 시선은 노동의 고통과 기쁨, 삶의 불모성에 대한 슬픔과 분노, 그리고 잔잔한 희망의 여지를 보여준다.
이밖에 농촌사회에도 깊숙이 침투한 자본주의 상혼을 통해 오늘의 농촌 현실을 희화화한 ‘중소기업 상품설명회’, 군대에서의 비인간적인 체험이 한 개인에게 가하는 악몽같은 자의식을 그린 ‘전설, 기우’, 사창가의 모습을 정육점에 빗대 풍자한 ‘정육점에서’, 전투경찰의 체험을 그린 ‘검문’등 김씨 작품의 층위는 다양하다.
견고한 서사를 바탕으로 작가 특유의 익살넘치고 활력있는 문체, 그 이면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삶에 대한 비애와 연민어린 시선의 그의 소설을 읽히게 만든다.
평론가 김사인씨는 “그는 헤비메탈을 육자배기나 뽕짝조로 거침없이 불러 제친다. 그 능청과 의뭉스러움 너머로 우리가 도달한 ‘멋진 신세계’의 우스꽝스러운 비애와 천박한 살림살이가 비극적으로 떠오른다”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