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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파업 촉각/"이러다 부도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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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파업 촉각/"이러다 부도날라..."

입력
2000.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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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대란이 코앞으로 다가온 10일, 은행파업으로 인해 ‘돈줄 비상’이 걸린 중소·벤처 기업들은 오전부터 어음을 미리 할인해 놓거나 대출연장을 신청하느라 동분서주했고, 은행창구는 현금을 찾거나 잔돈을 바꾸려는 고객들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특히 자금대책을 미처 세우지 못한 중소·벤처기업들은 ‘부도 불안감’에 애간장을 태웠다. 파업이 시작될 경우 대출과 어음할인, 기업간 결재, 수출입업무 등 기업금융 업무가 전면 중단되거나 상당부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중소기업과 벤처가 몰려있는 인천 남동공단과 반월공단, 서울 구로공단 일대 은행에는 아침 일찍부터 “은행문을 여느냐”“어음할인이나 연장은 되느냐” 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또 미리 어음할인을 해놓거나 직원급여를 인출하고 갑근세를 내려는 업체 직원들이 한꺼번에 몰려 점포마다 혼잡이 빚어졌다.

남동공단의 아시아계전㈜ 이병설(李炳卨·49)사장은 “어음연장·할인 중단으로 2~3일만 자금회전이 안되면 부도가 날 수도 있다”며 “결제시스템에 이상이 생길 경우 관급공사나 거래업체 납품대금 수금도 힘들 전망”이라고 걱정했다. 또 안산공단의 보일러생산업체 H사는 “비노조원들이 어음과 수출업무를 대신할 것이라고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자금난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불안해 했다.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 일대 은행에도 “인터넷 뱅킹이 가능한가” “신용장 발급이나 대출연장이 되느냐”는 벤처업체의 문의가 이어졌다. 기업간 전자상거래 업체인 ‘퓨처웍스’ 조남성(30)이사는 “신용장 발급이나 선적서류 등 수출입 업무나 대출연장 등이 사실상 힘들다는 은행측의 말에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많은 업체들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신용장 발급이 중단되고 대출·어음할인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중소업체들은 거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일반 시민들도 이날 오후 현금을 인출하거나 공과금을 미리 납부하느라 은행에 몰리면서 현금인출이 평소보다 10~20% 가량 증가하고 예금인출 상담도 크게 늘었다.

식당과 카페 오락실 편의점 등 상가가 몰려있는 곳에서는 동전을 교환해 놓으려는 상인들이 대거 몰려, 외환은행 신촌지점의 경우 평소보다 동전교환액수가 30%이상 늘었다.

한편 이날 각 은행들은 입구에 ‘정상영업’ 공고문을 내붙여 고객이탈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으며, 조흥은행 반월공단지점 등 일부 은행지점은 기업금융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노조원에게 어음할인과 수출입업무 등을 교육하기도 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안준현기자

dejabu@hk.co.kr

■애타는 中企과장

경기 안산시의 ㈜아남전자에서 원자재 수입업무를 맡고 있는 엄재철(嚴在哲·37)외자구매파트 과장은 10일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하루를 보냈다. 주거래은행 3개 중 2군데가 11일 예정된 금융파업에 휘말려 있기 때문.

엄과장에게 금융파업은 ‘우리 회사의 파업’만큼이나 부담스럽다. 당장 신용장 개설이 막히면 물품구입에 지장을 받게 되고 그렇게 되면 곧바로 생산차질이 빚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9년 동안 외자구매 업무를 맡아오면서 IMF터널도 지났고 그 와중에 회사가 부도나는 아픔도 겪었죠. 올해 초 겨우 법정관리에 들어서면서 전자제품의 수출 호조로 회사 전체가 활기를 찾아가는 시점에 금융이 마비된다면 저희로선 암담할 뿐입니다.”

하지만 엄과장은 솔직히 누구편을 들어야 할지 고민이다. “같은 노동자 입장에서 당장 눈앞의 해고를 자연스레 받아들일 사람이 있겠느냐”면서도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치는 금융파업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게 현실이지 않습니까.”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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