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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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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입력
2000.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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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이혼한 김모(36.여)씨는 9살된 자녀와 살다 몇 달 전 재혼할 상대를 만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됐다.아들이 생부의 호적에 올려져 있어 새 아버지 성을 따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김씨가 둘째 아이를 가질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두 아이는 한 집에서 생활하는 형제인데도 서로 다른 성을 쓸 수 밖에 없게 된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이모(30)씨는 최근 남편이 사망한 뒤 5세 된 어린 아들이 호주가 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남성 우선의 호주승계 때문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딸만 셋인 박모(46)씨의 경우 남편이 죽고 난 뒤 박씨나 세 딸을 젖히고 남편이 혼인 외 자녀로 둔 아들이 호주가 됐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들어온 위의 사례들은 모두 호주제로 인한 피해들이다.

한 집안의 남자 연장자가 제사 재산상속 분가결정 등 집안 대소사에 결정권을 갖는 호주제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구성원리이다. 대가족제에 기반한 호주제는 그러나 최근 가족구성원의 이동이 심하고 핵가족화되면서 점점 의미를 상실해 왔다.

1990년 통과된 민법 개정안에서 호주의 권한이 상당히 약화되면서 호주제는 우리 사회에 상징적인 의미로 남아 있는 상태. 그러나 법적으로 존속하는 호주제가 실제 생활에 미치는 불편은 적지 않다.

1998년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을 결성, 폐지운동은 지속적으로 펼쳐온 여성계는 "호주제는 가족 내 남녀차별과 남아 선호사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계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남성우선의 호주승계와 부계혈통에 준거한 호적입적.

현행 민법에 따르면 호주가 사망한 경우 직계비속남자가 1순위 승계하며, 아들이나 손자가 없는 경우에만 딸 처로 승계된다. 또 1999년 서울가정법원이 처리한 200건의 이혼사건 중 어머니가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132건에 달하지만 양육, 친권과는 상관없이 자녀의 호적은 아버지에게 남는 점도 문제다.

여성이 자녀를 데리고 재혼할 경우 새 남편의 동의는 물론, 자녀가 속해 있던 전남편 집안 호주의동의를 얻어야 자녀를 자신과 같은 호적에 입적 시킬 수 있다.

반대로 남성이 자신의 혼인외 자녀를 호적에 입적 시킬 때는 배우자인 여성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호주제는 더이상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다"고 설명하는 한국가정 법률상담소 곽배희소장은 "가족 내 남녀평등이 강조되고 이혼과 재혼이 늘어나는 요즘의 가족관계와 양립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폐지로 가는데는 적지 않는 난관이 예상된다.

호주제폐지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정서와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유림의반대가 만만찮은 데다 일반인에게 호주제폐지는 가족의 해체로 이해되기도 한다.

7일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실 주최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호주제,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호주제 존속을 주장한 정환담(전남대 법학과교수)는 '호주제를 폐지하면 호적사무에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곽소장은 "기존의 부계혈통을 중심으로 한 호적대신 부부와 미혼자녀가 중심이 되는 기본가족별 호적으로 편제한다면 친족관계를 공시할 수 있다는 현 호적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한 부모 밑에 난 자녀가 한 호적에 기록되어야 한다는 상식에도 부응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동선기자

dongsun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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