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사이동 때 제주도가 선호된다는 말을 들었다. 수도권에서 근무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제주도로 보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유가 몇가지 있다. 비행기타면 웬만한 지방 임지(任地)보다 서울에서 훨씬 가깝다. 업무도 무겁지 않을 뿐 아니라 중앙의 눈치권에서 멀리 벗어나 골프 등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망아지는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과 반대로 가는 현상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설득력 있는 설명중 하나가 상사(上司)를 비롯해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는 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이다. 휴양지여서 직장 사람들과 그 친지들이 방문할 기회가 많고, 따라서 그들 마음속에 자신의 이미지를 깊이 각인할 수가 있다. 인간관계가 일보다 더 중요한 우리 사회의 관행으로 볼 때 이보다 더 효과적인 윗사람 관리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다.
■휴가철이다. 제주 속초 울릉도 등 피서지 공무원들이 요즘 상급기관에서 몰려드는 ‘예약청탁’ ‘할인청탁’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한다. 이미 동이 난 콘도를 뒤늦게 잡아달라거나 한 술 더 떠 할인을 받아달라는 상급관청 사람들 청탁 때문에 일을 못볼 정도라고 한다. 일가친척의 부탁은 뿌리칠 수 있어도 상급기관의 부탁은 결코 외면할 수 없어 업주를 찾아다니며 콘도예약 구걸을 한다는 공무원들의 푸념이 실감있게 들린다.
■지방의 업자들은 공직자의 힘을 귀신같이 측정한다. 그래서 검찰이나 경찰같이 힘있는 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부탁은 잘 먹혀들지만, 힘없는 기관의 공무원들 부탁은 맥을 못추게 마련이다. 부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모처럼 한번 청하는 일에 지나지 않지만, 무더기로 부탁받는 사람들에게는 큰 고통이다. OECD 국가중 공무원 숫자가 제일 적은 나라에서 ‘피서지예약’업무는 이제 떼내 줘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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