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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탈선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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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탈선 꿈꿔요"

입력
2000.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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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센터의 아이들오색찬란한 머리염색, 히피스타일의 티셔츠, 그리고 코끝에 길게 줄을 늘어뜨린 피어싱을 한 여학생 쭌쭌(17). 본명은 끝내 밝히지 않은 그녀는 꼭 이렇게 불러 달라고 주문했다. 3월부터 이곳을 매일 학교처럼 다닌다.

“고등학교 1학년 다니다 말았어요, 도무지 맘에 드는 게 없어서”.코도 뚫고 싶고 머리도 물들이고 싶었단다. “그거 말고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노래, 연주, 패션디자인…” ‘인생에 별 도움도 안되는 것들’만 가르치면서 이것저것 간섭하는 학교가 싫어 뛰쳐나왔다는 쭌쭌. 현재 대중음악 작업장에서 베이스와 드럼을 배우고 있다.

선생님은 허벅지밴드에서 색소폰과 베이스를 담당하는 허진 씨다. 그녀는 데이빗 보위의 글램록을 좋아한다. 음악인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아 든 좋아하는 걸 하며 살고 싶다.

“사실 저는 학교를 거부한 게 아니라 저한테 맞는 학교를 찾았어요. 놀면서도 배울 수 있는 학교…”나이·성별·학력차별 금지, 정보 나누기 등 7가지 ‘약속’만 최소한의 규칙으로 두고 있는 이곳은 그녀에게 한없이 자유로운 해방구다.

키보드로 한참 신나게 자작곡을 연주하는 보컬그룹 KISSCAT의 문은혜(19). 네 명의 아이들은 모두 다른 학교에서 밴드부 활동을 하다 이곳에 모였다. 은혜와 은경이는 강화도에 살면서 매주 두 번 음악을 위해 서울에 온다.

현재 300여명 정도인 이곳 학생들은 ‘왕따’ ‘범생이(모범생)’등 쭌쭌의 머리색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그렇지만 학교에서처럼 서로에게 편견을 갖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모였기 때문이다.

▥하자센터는 어떤 곳?

‘노란방’에는 노란 벽에 하자신문, 진짜같은 ‘짜가(가짜)’브랜드, 온갖 포스터와 명함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어 마치 이미지 공장같은 느낌을 준다. 빨간 시장바구니, 컵, 그릇이 십대들의 반짝거리는 호기심으로 멋진 작품이 되기도 하고 최고급 브랜드를 일상 속으로 끌어내려 우습게 만들기도 한다. 시각디자인 작업장은 멋지게 도안하고 채색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물을 디자인 소재로 끌어들이는 감각을 가르친다.

‘아이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멀티미디어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곳’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팀장 최수정(29)씨는 이렇게 정의한다. 형태상으로 보면 문화센터와 대안학교의 중간쯤에 있다. 대안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가 관장을 맡고 있다.

하자센터의 정식 명칭은 ‘청소년직업체험센터’.‘직업’준비를 해도 좋고, 그냥 문화적 ‘체험’만 해도 된다. 서울시의 기술교육기관 ‘남부근로청소년회관’을 연세대학교가 맡아 운영하면서 새롭게 태어났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 ‘하자(haja)’라는 이름이 더 성격에 걸맞고 친근하기 때문에 널리 불린다.

▥어떻게 운영되나?

대중음악, 웹디자인, 영상·시각디자인, 그리고 시민문화 등 다섯 개의 작업장으로 청소년들의 문화욕구를 폭넓게 수용하고 있다.

작업장마다 십여 개의 ‘프로젝트’가 개설되어 있어 보통 4~5명의 소그룹 단위로 집중적으로 작업에 참여한다.

서울시의 재정지원을 받기 때문에 한달 비용이 3~4만원 정도로, 거의 실비도 안되는 수준이다. 참여하고 싶은 청소년은 하자 홈페이지(www.haja.or.kr)에서 원하는 프로젝트를 골라 회원으로 가입하고 소정의 회비를 입금하면 된다.

하자의 배움터를 꾸려가는 강사 ‘판돌이’들은 대개 20~30대의 젊은 문화인들. 대중음악은 독립음반사 ‘라디오’의 대표 고기모씨나 허벅지밴드 허진씨, 시각디자인은 ‘아일랜드’와 ‘좀비헌터’의 스토리작가 윤인완씨, CF감독 박활민씨 등, 현장에서 독특한 시각으로 경력을 쌓은 이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조언자일 뿐이다. 모든 프로젝트의 참여자들은 평등한 스태프의 일원이므로 각자 알아서 필요한 것들을 배워간다.

대중음악작업장의 경우 축제에서 비주얼 록을 선보이기 위해 홍대 앞 언더그룹을 학생들이 직접 섭외하기도 했다.

민(民)·관(官)·학(學)의 조화로운 만남으로 모처럼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대안교육의 열린 장, 하자.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탈선’을 꿈꾸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하자센터' 여름 특별 프로젝트

하자센터가 방학을 맞아 좀더 특별한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10대들의 자기길 찾기’라는 주제로 준비된 이번 프로젝트는 10대들에게 좋은 역할모델이 될 수 있는 문화계와 인터넷업계 전문가들이 총 출동한다.

‘하고싶은 일 하면서 먹고 살기’라는 환상적인 주제의 여름 특강에서는 가수 패닉의 이적(내머리를 열어줘), ‘조용한 가족’의 김지운 감독(영화, 공부하지 마라),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코리안드림 그리고 뮤지션) 등이 강사로 나선다. 총 6회 진행되는 이 강좌의 참가비는 단돈 1만원.

딴지일보 ‘총수’김어준(나의 웹진, 재미있는 반란),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이재웅(즐거운 상상, 인터넷 벤처) 등이 ‘인터넷을 터뜨리자’프로젝트의 연사들이다.

인터넷 프로젝트에서는 특별히 펭도(cyber player) 안우경(online dreamer·하자 웹디자인작업장) 등, 제 집보다 사이버공간이 더 친숙한 10대 웹 마니아들도 나란히 연단에 선다.

영상키드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양수리의 서울종합촬영소. ‘영상키드의 바깥나들이’를 통해 이곳에서 영화제작을 위한 음향·편집·조명, 실제 촬영장면, 각종 세트장 등 영화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10만원 비디오 페스티벌’로 저예산영화 제작도 실습한다. 방송에 관심이 많은 10대들을 위해 ‘라디오키드의 여름 방송캠프’도 준비했다.

MBC ‘별이 빛나는 밤에’의 정홍대PD, 손석희 아나운서 등의 강의와 제작 현장(기독교방송) 탐방, 고기모씨가 이끄는 ‘직접 만드는 라디오방송’등 코너도 다채롭다.

‘하자’에서만 기획할 수 있는 좀더 특별한 프로젝트 ‘10대 문화기획자 양성’. 감독없는 영화가 없듯 문화기획자 없는 축제는 없다는 생각에서 준비한 프로젝트이다.

창조적인 아티스트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과 자기 색깔이 강한 창작자들을 조화롭게 엮을 수 있는 네트워크 능력이야말로 문화기획자들의 필수적인 자질. 문화기획 ‘꿈꾸는 사람들’대표 최소원, ‘강아지문화예술’의 공윤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재미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문화생산자들이 상상력 가득한 문화제를 기획한다.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한 안내와 참여방법은 (02)677_9200(내선번호 204, 214)나 홈페이지(www.haja.or.kr) 로 알아볼 수 있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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