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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진주' 비너스, 메이저 '첫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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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진주' 비너스, 메이저 '첫키스'

입력
2000.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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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의 날비너스 윌리엄스(20)가 8일 밤(한국시간) 윔블던센터코트에서 열린 2000윔블던테니스(총상금 1,270만달러) 여자단식 결승서 지난해 챔피언 린제이 데이븐포트(24·이상 미국)를 2_0(6_3 7_6)으로 꺾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승상금은 65만달러(약 7억2,000만원).

1958, 59년 연속우승을 차지했던 첫 흑인의 우상 앨시아 깁슨(72)도 뉴저지에서 급전을 띄워 41년만의 흑인우승자를 축복했다. 파워풀한 서브가 주무기인 두 선수의 대결은 결국 서브리턴으로 갈렸다. 물론 고비마다 터진 드롭샷과 톱스핀이 강하게 걸린 스트로크도 비너스를 우승으로 이끄는데 한몫 했다.

1세트를 손쉽게 따낸 비너스는 빨리 승부를 끝내고 싶다는 듯 3_1까지 몰리던 2세트도 5_4로 뒤집는 괴력을 발휘했다. 비너스의 서브게임을 남겨둔 상황이어서 관중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일까. 비너스는 더블폴트 2개를 범하며 15_50으로 게임을 내줬다. 승부를 가름할 13번째 게임. 여유가 있는 비너스와 궁지에 몰린 데이븐포트의 샷은 너무도 달랐다. 데이븐포트는 어이없이 실책을 3개나 저지르며 2연패(連覇)의 꿈을 접어야 했다. 데이븐포트는 “2세트서 반격을 시도했지만 비너스가 너무 강했다”며 “내년에 다시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우정의 대결을 끝맺었다.

■자매전성시대 예고

우승을 확정지은 비너스가 코트를 누비며 펄쩍펄쩍 뛰어다니던 순간 가장 기뻐한 사람은 아버지이자 코치인 리처드였다. 다섯째딸 세레나와 나란히 앉아 경기를 지켜본 그는 넷째딸 비너스의 우승이 확정되자 미리 준비한 패널을 높이 치켜들었다. “비너스를 빼고 누구도 초대받지 않은 파티”라고 적힌 그곳엔 여자테니스계의 대들보로 자리잡은 윌리엄스집안의 자부심이 녹아 있었다.

지난해 동생 세레나가 US우승컵을 가져간 뒤 언니마저 윔블던 우승에 성공,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첫 자매가 탄생한 것. 윌리엄스자매는 가난을 벗어나려는 아버지의 권유로 어렸을 때부터 라켓을 잡았다. 정규교육까지 포기하면서 아스팔트위에서 훈련을 해 온 자매는 98년 US오픈 복식우승컵을 가져가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활달한 성격의 동생과는 달리 비너스는 수줍음을 잘 탄다. 하지만 플레이스타일은 같다. 둘 다 180㎝의 큰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강서브와 양손 스트로크가 주무기. 벌써부터 테니스계는 이들 자매의 시대가 열려 여자테니스 인기를 되살려 주기를 고대하는 눈치다.

비너스는 우승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잠자리에 들때마다 그랜드슬램대회 우승꿈을 꿨지만 잠에서 깬뒤 트로피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악몽을 꾼 기분이었다. 이제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NBC TV 해설자로 나선 왕년의 스타 크리스 애버트는 “10년전 집을 찾아와 윔블던트로피를 만지작거리던 소녀가 이제 윔블던코트의 주인공이 됐다”며 감격했다.

정원수기자

nob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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