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대법관 인사청문회는 사법권독립의 ‘성역’에 안존하고 있던 법원과 법관을 상대로 입법부가 공개적으로 자질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비리조사청문회에서 난무했던 정치공세나 인신공격 대신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나 사법부 독립 등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으로 일관됨으로써 인사청문회의 전형을 세웠다는 평도 나온다.
그러나 의원들의 ‘벼락치기’준비로 인해 부실청문회로 전락, 의미가 반감됐다는 비판도 있다. 또 여야 특위 위원들이 사법부에 대한 부담감 탓인지 ‘봐주기’질의로 일관한 것도 보는 이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일부 특위 위원들은 후보자들의 답변에서 논리적인 허점 등이 발견됐는데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아 청문회를 맥빠지게 만들곤 했다.
“여야 특위 위원들 중 상당수가 대법관 후보자와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는 법조계 출신이어서 질의 강도 등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하나의 사안을 여러 의원들이 반복해 물어보는 고질병도 고쳐지지 않았다.
대법관 후보자들의 문제도 적지 않았다. ‘소신 발언’을 하기 보다는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연구해 보겠다”는 등의 형식적 답변으로 일관, 청문회를 ‘통과 의례’수준으로 만들어 버렸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는 전반적으로 후보자들의 사법관과 정치적 견해, 윤리의식 등에 대한 충분한 자질 검증이 되기엔 미흡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법관들에게 언제가는 청문회장에 서서 판결 검증을 받을 수 있다는 ‘자계(自戒)’의 계기가 됐고 사법부가 안고 있는 각종 현안들이 공론화하는 장(場)이 된 점은 청문회가 가져 온 중요한 무형의 소득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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