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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돌아온 강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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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돌아온 강우석

입력
2000.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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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이 돌아왔다. 3년만이다. 감독은 역시 감독으로 살아야 하는가 보다. 언젠가 그는 말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배급과 제작에 매달리고 있지만 나는 영원히 감독”이라고.그래서 대표니 사장이니 하는 말을 싫어했던 그였다. 5일 그는 시네마서비스 대표자리를 내놓았다. 대신 7년동안 20세기 폭스코리아 사장으로 일한 김정상씨를 그 자리에 앉혔다.

경영, 투자, 마케팅, 배급, 수입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한국영화 감독과 제작자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영화가 배급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어졌다.

외자(2,000만달러)까지 유치했고, 8월이면 또 1,500만 달러가 들어오니 제작비 걱정도 없어졌다. 좋은 한국영화를 만드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그동안 말도 많았다. 미국의 스크린쿼터 페지 압력이 기승을 부릴 때조차도 “배급 없이 영화 없다”며 동분서주하는 그를 보는 영화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혼자 다 해 먹는다”는 비아냥거림도 들렸다. 그 때마다 강우석이 입버릇처럼 한 말. “아무도 엄두 못낸 일을 할 뿐이다. 두고 보라. 결코 나 혼자 살자는 게 아니다. 나는 장사꾼이 아니다. 영화인이다.”

지난 여름 그가‘인정사정 볼것 없다’를 배급할 때, 경쟁 영화인 ‘유령’은 극장을 뺏길까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강우석은 “그런 횡포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며 ‘유령’의 상영을 보호해 주었다. 그가 아니면 ‘인터뷰’같은 실험성 영화는 투자자가 나서지 않아 빛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나 소재만 있으면 시네마서비스를 찾으면 된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올해만 해도 ‘유린네이션’ ‘무뇌아’ ‘선물’ ‘킬러의 수다’ ‘신라의 달밤’ ‘세이 예스’등 무려 20여편의 영화가 그가 마련한 돈으로 만들어진다.

욕심나면 ‘생과부위자료 청구소송’을 마지막으로 놓았던 메가폰도 직접 다시 잡을 생각이다.

규모는 커졌지만, 에너지가 사라져 속이 빈 한국영화. 시네마서비스 작품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 속을 채우려 돌아온 강우석. “영화에서 번 돈 영화에 다 쓴다” “내 할 일이 끝나면 미련없이 그만 둔다”는 두 가지 약속을 지키며 살겠다는 그가 한국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승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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