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특정 병원이나 의료계 종사자, 그리고 의료계의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오니 절대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작가 김진태는 만화잡지 BOOKING에 작품을 연재하는 동안 항상 이런 문구를 앞장에 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병원은 아프기가 두려울 정도로 엽기적이다.
협객같은 의사·황당한 수술
기발한 해학담긴 에피소드
모두 약간씩 편집광 증세를 보이는 이 병원의 의사들은 용감무쌍하게 주사바늘을 휘두르는 어설픈 협객으로, 체내의 장기(臟器)와 병원균은 메스를 대면 몸 밖으로 뛰쳐나와 용호상박의 혈전을 벌인다.
그 승패여부가 곧 수술 결과. 한 시간 동안 100가지 병을 고치는 ‘메디컬 쇼’를 부리는 치료지왕(治療之王)도 있지만, 그도 간이식 도중 간을 잃어버리는 의료사고로 병원에서 쫓겨난다.
매회 이 병원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에는 기발한 해학이 넘쳐난다. 이들은 시술 전에 항상 진공관을 거쳐 소독, 수술복장으로 ‘변신’하는데 한 간호사는 첫회에서부터 진공관 고장으로 유명을 달리한다.
환자 얼굴에 주사바늘을 촘촘히 꽂아 놓고서 마취를 안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질겁하는 의사가 있는 한편, 자신을 짝사랑하는 총각이 Rh(-)혈액형이라는 것을 알고 몇 양동이씩 피를 빼 가는 미모의 여의사도 있다.
두 환자를 심령술로 치료한답시고 서로의 병을 바꿔놓는 등, ‘병원’에 대한 고정관념은 하나도 찾을 수 없다.
인간의 원초적 관심사인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병원, 그 경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의 휴머니즘, 작가 김진태는 “그런 테마는 아쉽게도 이 만화가 끝날 때까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죽음과 휴머니즘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벗어나면 병원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 곳도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촘촘한 의학용어를 적재적소에 넣어 읽는 맛을 더했다. 결코 경박하지만은 않은 황당무계함, ‘왕십리 종합병원’의 백미이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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