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만 좀 부르세요.”서울 모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 강모(42·여)씨는 주위의 권유를 받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하는 ‘순진한’ 생각으로 위원장을 떠맡았던게 요즘 후회막급이다.
교육청별 학운위원장 협의체 선거, 초등부 학운위원장 모임, 단합대회, 연수교육, 통일교육 등에 불려다니는 것만해도 버거운 판에 최근 교육감 선거가 가열되면서부터는 “밥 한번 사겠다”는 제안이 쇄도,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것이다.
교육감 선출권을 가진 국·공립 학교의 학운위원들은 서울시내만 1만300여명. 이중 교원이 아닌 학부모·지역위원들이 절반이상인 6,500여명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감 선거에 나설 후보들이 학교장과 교육위원 등을 통해 경쟁적으로 ‘얼굴 알리기용’모임을 갖고 있다. 서울의 모 후보는 최근 교육위원을 통해‘의정보고회’형식을 빌려 지역교육청별로 돌아가며 학운위원들을 모았다가 물의를 빚었다.
이런 모임들은 모두 ‘학교의 운영이 원활하고 바람직하게 이뤄지도록 한다’는 학운위의 설립 취지와 무관한 것. 특히 공식적인 선거일정이 시작하지도 않은 서울의 경우 이런 학운위원의 동원은 명백한 불법 사전선거운동이다.
서울시교육청도 교육감 선거공고 전에는 학운위원 명단을 일절 공개하지 않겠다던 방침을 바꿔 최근 학운위원 명단을 시교육위원회 등에 공개함으로써 교육감 후보들의 불법 ‘구애공세’를 부추 셈이 됐다.
서울 K초등학교 학운위원 이모(45)씨는 “학교장이 교육감 후보와의 모임을 주선하면 불법인줄 알면서도 ‘아이 문제’를 생각해 참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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