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란’이 성큼 성큼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정부는 5일에도 ‘은행구조조정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재천명했다. 반면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총파업(11일) 찬반투표 결과 90%대의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고 발표하는 한편 종교계 노동계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외곽 세몰이에 나서는 등 금융파업 문제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정부·금융노조와의 대화를 끌어내지 못하는 등 제 역할을 못한 채 표류, 국민들의 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번 금융 총파업 문제가 심각한 것은 협상 카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는 것은 관치금융 청산및 특별법 제정 실패한 경제관료 퇴진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유보 등이다.
98년 1차구조조정 당시에는 정부가 당초 각 은행에 50%선의 인력감축을 요구했으나 노조 반발이 거세지자 인력감축 비율을 축소하는 협상카드로 파국을 면한 바 있다. 그러나 관치금융 청산과 금융구조조정 포기를 골자로 한 이번 금융노조의 주장은 부분적으로도 수용하기 곤란하다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강연회에서 “금융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은 노조와 타협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파업과 관련, 합법적이고 정당한 행위는 보장하겠으나 불법·폭력적 행위는 법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도 이날 오전 열린 소속기관 간부회의에서 은행파업에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파업 찬반투표 중간 집계 결과(찬성 90.3%)를 발표하고 총파업 강행을 선언했다. 또 이날 낮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는 종교계·노동계 인사 90여명이 ‘관치금융 청산과 한국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범국민 대책위원회 결성식’을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금융파업이 엄청난 금융혼란과 기업 자금경색은 물론 국가신뢰도까지 크게 실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운찬 서울대 경제학부교수는 “경제학자의 95%가 금융기관 강제합병 효과에 회의적인 입장인 만큼 정부는 은행 강제합병 방침을 포기하고 부실은행을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며 “금융노조도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의료대란에 비할 수 없을 만큼의 메가톤급 충격이 예고된다”며 “정부와 노조가 기존 입장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조속히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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