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기획청은 3일 ‘붕괴하는 고물가 신화, 그리고 미래로’라는 물가 보고서를 냈다.물가는 오르게 마련이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최근 일본경제가 물가가 내리기 쉬운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이런 변화의 배경을 대체로 이렇게 짚었다.
"일본경제는 1970년대까지 유가상승의 영향을 받기 쉬웠고 노동력 부족으로불경기에도 임금이 내려가기 어려운 구조였다. 1980년대 들어 각 분야의 규제완화와 시장개방으로 기업간 경쟁의 격화로 이런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1990년대 전반기에는 가전제품과 주류 등 대량 구매가 가능한 분야에서 '가격 파괴’가 일어났으나 대량 구매가 어렵고 다양성이 중요한 의류와 의약품, 인건비 비중이 높은 외식산업 분야에 파급되지는 못했다. 최근 유통구조 간소화로 이런 분야에서도 가격경쟁 환경이 정비됐다”
1999년도 소비자 물가가 1998년도 대비 0.1% 떨어져 2년 연속 하락한데 대해서는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엔고에 의한 수입물가의 하락, 규제완화에 의한 경쟁격화, 유통구조 간소화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중에서도 유통구조 간소화가 물가하락에 미친 효과가 1998년도 7%에서 16%로 높아졌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가격에 맞는 품질인가를 꼼꼼히 따지는 '현명한 소비자’가 등장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막연한 '가격=품질’ 의식이 살인적 고물가를 부추겼다는 반성이 담겨 있는 것이다.
고가품 소비로 치닫는 소비자 의식의 변화가 없는 한 한국 경제도 이미 뚜렷해 진 고물가 추세를 잡기 어려우리라는 충고로 들어도 좋을 것 같다.
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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