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친인척이 공직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친인척이라 하더라도 공직을 맡을 만한 예외적 사례는 있을 수 있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전동서인 서재희씨가 건강보험 심사평가위원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도는 것도 같은 맥락일듯 하다.■국민의 정부 출범후 공직에 나선 김대통령의 친인척은 의외로 더러 있다. 아들 김홍일씨는 집권당의 국회의원이고, 사돈(김의원 장인)은 광복회장이며, 아들의 처남은 대한매일 전무를 거쳐 스포츠 서울 사장이다. 여기에 오래전 사별한 전부인의 동서 서재희씨가 이번에 공직을 맡았다. 전부인의 먼 인척뻘인 차범석, 차일석씨의 공직 진출도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차범석씨는 예술원 회장이며, 차일석씨는 대한매일 사장이다.
■서재희씨가 그 자리에 앉을 만한 능력이 있느냐 여부를 떠나, 왜 굳이 그런 인사를 했을까 하는 데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전부터 김대통령을 아는 사람들은 이번 인사가 김대통령의 아이디어는 아닐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김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전 친인척이 국정에 간여하거나 공직에 나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혹시 김대통령 모르게 누군가 간여한 것은 아닐까, 김대통령의 보좌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등의 여러 의문이 생길법도 하다. 김대통령 주변에 노(NO)라고 말할 만한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 하는 것도 그런 의문중 하나다.
■아들 김홍일의원의 경우 기존의 정치인이므로 예외일 수가 있다. 하지만 15대때 그에게 공천을 주느냐 마느냐를 놓고 당내에 여러 논의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 그런 논의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데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공직을 맡거나 유사한 자리에 앉는 경우가 많았으나, 대부분 정권과 영욕을 같이했다. 과거의 김종필씨, 그리고 이규광 전경환 김현철씨 등이 그런 케이스의 사람들이다. 어쨌거나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고금의 진리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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