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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대란 오나/ 정부 "오해다" 노조 "못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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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대란 오나/ 정부 "오해다" 노조 "못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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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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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는 당겨졌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산하 금융기관들이 3일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 사실상 파업을 확정지음으로써 ‘금융대란’이 눈앞에 다가왔다.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과 은행장들은 이날 오전 파업대책을 논의했지만 기존 입장만 되확인했을 뿐 한 발짝도 진전하지 못했다. 정부가 노조측이 파업철회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는지 여부에 따라 이번 주말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평행선 달리는 정부와 노조 이 위원장과 14개 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파업대책 조찬간담회는 이례적으로 2시간 가까이 진행돼 사안의 심각성을 짐작케했다.

김영재 금감위 대변인은 간담회 직후 “총파업은 금융지주회사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은 합병(Merging)이 아닌 통합(Integration)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력감축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금융지주회사법은 합병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는 이 위원장의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

금융노조측은 이에대해 “단지 합병에 따른 인력감축만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관치금융 철폐 특별법 제정, 실패 경제관료 퇴진 등을 종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라며 물러설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따라 조흥, 서울, 산업, 부산, 전북은행 등 5개은행이 2~3일전 이미 찬반투표를 마친데 이어 이날 한빛, 국민, 주택은행 등 17개 금융기관이 이날 오전부터 일제히 투표에 들어갔다.

금융노련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는 4일 오후에야 나오겠지만 비공식적으로 집계해본 결과 파업 통과는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화 협의체를 구성해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노련측은 “수시로 말을 바꾸는 금융기관장들과 협의체를 운영할 의사가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특히 노조원 1인당 10만~40만원을 출연해 100억원 가량의 파업기금을 조성키로 하는 등 배수진을 치고 있어 파업열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파업 강행시 금융기능 완전 마비 7만여명에 달하는 금융노조가 일제히 파업에 돌입할 경우 금융기능은 사실상 완전 마비상태에 빠져들 전망이다.

은행들이 차장급 이상 임원들과 비노조원을 동원하더라도 전체 인원의 2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기업 부도를 막기위한 여신업무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입출금 업무조차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큰 관건은 전산시스템 가동 여부. 각 금융기관의 금융노조 소속 전산담당자들은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이 부분을 집중 논의했으나 강경-온건파간의 시각차로 결론을 짓지 못했다.

특히 금융공동전산망을 운영하는 금융결제원이 이번 파업에 동참하고 있어 자동화기기(ATM, CD)를 통한 입출금 및 타행송금은 물론, 어음교환 업무가 일제히 정지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극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전산담당자들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시스템 장애시 수습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금융대란 오나] 하나·한미 "파업명분 없어"

대부분의 은행 노조가 3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나 하나은행과 한미은행 등 4개 금융기관 노조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은 이미 두 은행간 포괄적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금융지주회사 등을 통한 구조조정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노조는 지난달 22일 대의원대회에서 간접투표를 통해 파업 찬반의사를 물었으나 노조원들이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파업에 반대, 이날 파업찬반투표에 동참하지 않았다.

한미은행 역시 아직 산별노조에 가입하지 않은데다 파업의 명분이 없다는 조합원들의 판단에 따라 하나은행과 보조를 같이하기로 했다.

이들 은행은 다만 4일부터 실시되는 사복착용근무, 리본 패용 등은 다른 은행과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다. 농협 노조도 축협 노조 통합문제 등 내부적인 현안이 많아 이번 투표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 노조는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업 찬반투표를 6일로 늦추기로 했으며 제일은행도 같은 이유로 파업 찬반투표를 6일께로 연기했다. 독자노선을 걷기로 한 이들 두 은행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이날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토의했으나 파업 찬반투표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들 은행 외에 일부 지방은행도 파업대열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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