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75년간 몽골을 지배했던 공산당이 2일 실시된 총선에서 집권여당에 압승, 1996년 총선패배 이후 4년만에 다시 정권장악에 성공했다.93.6%가 개표된 현재 공산당 후신인 야당 몽골인민혁명당(MPRP)은 총 76석의 의회 의석중 70석을 확보, 사실상 전 의석을 싹쓸이하는 압승을 거뒀다.
몽골 선관위는 MPRP가 최고 72석까지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몽골민족민주당(MNDP)·몽골사회민주당(MSDP)를 주축으로 한 집권연정은 몽골 경제를 초토화시킨 잇단 재해와 권력형 부정부패로 함몰, 집권 4년만에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집권당의 패배는 예견됐던 일이지만, MPRP에게 일당독재를 방불케하는 승리를 헌납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패인의 주원인은 몽골 국민의 주 수입원인 목축업을 사실상 마비시켜 버린 연이은 자연재해. 지난해 여름의 극심한 가뭄과 30년만에 찾아온 겨울 한파에 이어 올 4월에는 당국이 계엄령을 선포해야 할 정도의 치명적인 구제역이 전역을 휩쓸었다.
전체가축 320만마리중 200만마리 이상이 가뭄과 한파로 죽었고, 살아남은 가축은 구제역으로 다시 희생됐다.
정치적으로는 중국식 공산주의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각종 부정부패와 정치적 불안이 끊이지 않았다.
의원 3명이 부패스캔들로 징역형에 처해졌고, 각료 한명은 의문의 피살을 당했다. 4년동안 총리가 4명이 바뀌었다.
이로 인해 240만 인구의 3분의 1이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실업률이 전체 주민의 절반을 넘어서기도 했다.
압승을 거둔 MPRP는 1921년 3월 몽골이 중국에서 독립한 이후 1996년 총선때까지 75년간 집권해온 공산당의 후신.
1992년 총선 승리를 끝으로 1996년 총선에서 현 집권당에 사상 첫 패배를 당했지만, 1996년말 지방선거, 1997년 5월 대선에서 잇따라 승리하면서 정권재창출을 교두보를 구축해 왔다.
MPRP는 공산당 일당독재 종식을 위한 무혈혁명이 성공한 1989년 2월 이후 1990년대 초까지 당 존립기반이 흔들리는 최대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혁명 다음해인 1990년 주석제에서 대통령중심제가 가미된 의원내각제로 헌법이 바뀌었고, 1993년 대선에서는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당시 야당 후보에 패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MPRP측은 결과 발표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진하겠다”며 계획경제로의 회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사유화정책에 대해서는 “보다 절제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 현 집권당의 급진 경제정책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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