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전시다? 2일 오후 6시, 서울 관훈동의 문예진흥원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린 락밴드 ‘별’의 콘서트. 미술관에서 열리는 음악 공연이 유별난 일도 아니지만, 유심히 보면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엉뚱함이 숨어 있었다.록밴드 연습·공연 보여줘
"의도와 달리 특색없어"
이를테면, 공연 안내는 이렇다. ‘전시일정 : 6월 21일 보컬연습,… 29일 공연전 홍보보고…’. 대수롭지 않은 일정표이겠지만, 문제는 ‘전시일정’이란 글귀. 다름아니라, 연습, 홍보, 공연을 하는 이 과정이 모두 미술관 안에서 벌어지는 ‘전시’라는 것이다.
전시 주체도 락밴드 ‘별’이 아니다. 마피(MAFI)라는 창작집단. 이들은 스스로를 홍보기획사로 부르고, 이번 전시는 무명 밴드를 발굴해 공연할 수 있게끔 기획·홍보해주는 과정이라고 했다. 마피의 도움 덕택으로 밴드의 실제 공연이 벌어짐으로써 전시는 막을 내렸다.
전시기간중 미술관을 방문했다면, 마피의 홍보와 함께 밴드의 연습과정을 관람하게 되는 것.
분명 이것은 문예진흥원의 기획초대전 공모에서 10대 1의 경쟁을 뚫고 당선된 미술 전시다. 2주간 무료대관에 100만원 지원금까지 받았다. 그러니깐 공연 과정 자체가 일련의 퍼포먼스이고 락밴드는 오브제로 활용된 셈인데, 이를 일러 ‘프로세스 아트(Process Art)’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나의 사회적 과정을 미술관 안으로 끌어옴으로써 일상화된 인식의 틈을 비집거나 미술관의 개념적 경계를 허문다는 게 문예진흥원의 설명.
하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신선한 의도로 보이지만, 아쉬운 점은 이 과정이 단지 미술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 외에 별다른 특색이 없다는 것이다. 기획이나 홍보, 공연 자체에 대한 성찰 없이 그 과정을 완벽하게 베껴오기만 했을 뿐이다.
이런 게 일종의 ‘탈이념’때문일까. “미술관에서 이런 일도 할 수 있다”는 말만으로 의미를 찾는다면, 예컨대 “집 없는 자이여, 공간이 필요하면 문예진흥원으로 가라”고 말해도 상관 없겠다.
2주동안 무료로 빌려주고 100만원까지 줄 뿐 아니라, 미술관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포스트_아방가르드 예술가로 대접받을테니까.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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