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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관 '청문' 정치권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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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관 '청문' 정치권 자세

입력
2000.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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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인사 청문회를 앞둔 정치권의 자세가 역시 실망스럽다. 첫 인사 청문회라 축적된 경험과 관행이 없긴 하지만,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낸 무분별·무책임한 국회의 모습이 재현될 것이 우려된다. 여야는 인사 청문특위 위원장을 서로 맡겠다고 다투느라 열흘에 불과한 준비기간을 허송, 여야 합의가 필요한 증인과 참고인 소환조차 어렵게 됐다고 한다.또 각기 철저한 검증을 벼르지만, 그 표적과 의도가 청문회 본래의 뜻에서 벗어난 점이 문제다.

누구를 검증하기는 커녕, 국회의원 스스로의 자질이 새삼 국민의 검증대상이 되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 걱정된다.

위원장 자리를 놓고 파행을 초래한 것부터 잘못이다. 대법관 인사청문회는 행정과 정치는 물론 국민의 일상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최종 가치판단권을 갖는 대법관 후보들이 사법부의 도덕적 권위와 신뢰성을 담보할 만한 자질과 덕목을 갖췄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임명직인 국무총리의 경우와는 또 달리 여야 모두 정치적 이해에 얽매일 사안이 아니다. 청문회를 마음대로 이끌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위원장을 양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총리 청문회 때와 달리 ‘이번에는 본때를 보이겠다’는 여당의 태도도 분별없어 보인다. 특히 그 배경이 일부지역 당선무효소송 재검표 때 대법원이 보인 태도를 섭섭하게 느낀 때문이라니 어이가 없다.

청문회는 대법관후보와 대통령의 임명행위에 대한 검증절차이지, 대법원이나 대법원장의 후보 추천권에 대한 견제기회가 아니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이 행여 사법부 길들이기를 염두에 둔다면 차라리 인사 청문회 제도를 없애는 게 낫다. 사법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가 거꾸로 그 권위와 독립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검찰출신 후보의 전력을 문제삼는데도 신중해야 한다. 한 후보가 91년 ‘유서대필사건’수사를 지휘한 사실을 시비하고 있지만, 이는 대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 난 사건을 국회가 논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후보들의 판결성향과 법집행자세는 마땅히 따져야 하지만, 대법원에 변호사와 검찰출신을 영입하는 이유도 나름대로 고려돼야 한다.

정치권의 준비자세가 이처럼 허술하고 기간조차 이틀에 불과해 자칫 청문회가 무책임한 흠집내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은 정략을 떠나, 대법관 후보들이 입법과 행정행위를 심사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충실해야 할 본연의 임무에 걸맞은 인물인지를 진지하게 검증하기 바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바람직한 인사 청문회 운영과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한층 중요하다.

국민은 사법부보다 국회를 더 불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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