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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현대의 위험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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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현대의 위험한 게임

입력
2000.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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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3시 계동사옥. 현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주영(鄭周永) 전명예회장의 방북 성과를 공개했다.골자는 금강산 일대를 경제특구로 개발키로 북한과 합의했다는 것. 중국의 경험에서 입증됐듯 특구지정은 개방효과면에서 금강산관광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큰 건’이다. 현대는 ‘남북경협은 역시 우리 뿐’이라는 듯, 득의에 찬 모습이었다.

거의 같은 시각 정부과천청사. 현대는 ‘역(逆) 계열분리’신청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했다. 역 계열분리는 이미 ‘편법’으로 규정돼 정부의 승인불가방침이 통보된 안. 그런데도 현대는 신청서를 들이밀었고, 공정위는 즉각 반려했다.

공정위 고위당국자는 “안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단지 계열분리 약속시한(6월말)을 지키려했다고 시늉하려는 얄팍한 제스쳐”라며 “현대는 정부와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남북경협의 선도기업과 대(對)국민 약속불이행기업. 이날 현대가 보여준 이율배반적 행위의 저변에서 ‘통일의 물꼬를 트는데 문서화하지도 않은 약속쯤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읽을 수 있다.

현대는 정권과 싸워 본 경험(92년 대선)이 있는, 그리고 그 싸움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재벌이다. 이번에도 ‘정부가 과연 우리를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현대 특유의 배짱이 엿보인다. 그러나 지금 현대의 상대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다.

정부의 공세는 견딘다해도, 시장까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손에는 국민경제를, 다른 한손에는 남북경협을 볼모로 쥔 위험한 게임의 끝이 무엇인지는 현대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이성철 경제부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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