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완전히 허물고 기초부터 다시 짓는 마음으로 경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까지 최고의 은행으로 키워 국민에게 돌려드릴 계획입니다”강정원(姜正元·50)서울은행장. 정부가 대주주인 서울은행의 위탁경영을 맡은 도이치은행이 지난달 1일 선임한 인물이다. 그는 시티은행·뱅크스트러스트·도이치은행 등 외국계은행에서 뼈가 굳은 국제적 금융인이다.
그는 취임 1개월 동안 ‘세븐 투 일레븐’(오전 7시 출근, 밤 11시 퇴근) 강행군을 하며 경영정상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래 담배를 하루 두 갑씩 피웠는데 행장 취임 후 한 갑이 더 늘었다. 예전에는 주말에 골프를 즐기기도 했으나 요즘에는 일요일도 나와 저녁 늦게 다음날짜 초판신문까지 훑고 가느라 엄두를 못낸다고 했다.
강행장은 거대한 시스템 변혁작업이 추진되는 최근 금융권, 재계의 상황과 이를 헤쳐나가야 하는 입장을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1년여 경영공백이 생기는 바람에 시스템이 많이 망가졌습니다. 타 은행들이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해 변신하는 동안 서울은행은 뒷걸음질 친 셈이지요. 이제 데이비드 워너 수석부행장 등 새 경영진용도 구축한 만큼, 본격적으로 시스템 개혁작업에 착수할 생각입니다”
강행장은 종전 서울은행 경영시스템과 본인이 추구하는 새 시스템을 ‘라디오’에 비유했다.
“진공관 라디오는 부피도 크고 비효율적 요소가 많지만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작으면서도 효율성은 훨씬 뛰어납니다. 그러나 진공관과 트랜지스터는 회로, 제어장치, 명령체계가 모두 다릅니다. 우리 은행의 시스템을 완전히 트랜지스터형으로 바꾸는 것이 경영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강행장은 결재서류에 서명한 후에도 서류를 복사해뒀다가 시간이 날 때 꼼꼼히 읽는 등 치밀한 업무스타일로 간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는 최우선적으로 9월까지 조직을 완전히 재정비한 뒤 10월까지 ‘위험관리시스템’구축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강행장은 “지금까지는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적당히 대출해주다가 결국 엄청난 부실을 떠안게 됐다”며“앞으로 행장이 지시해도 객관적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절대 통과되지 않는 여신 및 자금관리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행장은 내년 상반기에는 3억달러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한 후 하반기 중 ‘최고의 가격’을 받고 해외금융기관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이치은행 위탁경영이 시작된 이후 자금 이탈현상은 사라졌지만 예금 증가액이 타 은행보다 밑도는등 아직은 고객들의 반응이 강행장의 의욕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다. 그가 어떻게 난관을 뚫고 금융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되고 있다.
[약력]
▶ 1950년 서울 출생
▶ 1969년 홍콩 인터내셔널스쿨 졸업
▶ 1976년 미국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플렛처대 대학원 졸업
▶ 1979년 시티은행 근무
▶ 1983년 뱅크스트러스트그룹 근무
▶ 1996년 뱅크스트러스트 한국대표
▶ 1999년 도이치은행 한국대표
▶ 2000년 6월~ 서울은행장
▶ 국제금융센터 자문위원, 외국은행협회 집행위원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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