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30일 서울 성 니콜라스 정교회 성당에서는 한국정교회와 한국기독교협의회(KNCC) 주최로 이례적인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영국, 프랑스, 러시아, 한국 등의 학자와 사목자 10여명이 모여 토론을 벌인 이번 학술회의의 주제는 다름 아닌 ‘기독교와 샤머니즘’. 이런 주제로 기독교계 내부에서 학술회의를 가지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최근 김수환 추기경이 유림 지도자 심산 김창숙 선생 묘소에 참배한 것이나 김동완 KNCC 사무총장이 불교계에 부처님 오신 날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을 두고 교계 내부에서 뒷말이 무성했었다.
종교 화해 바람 한 편에서도 기독교내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경계는 여전히 견고하다. 이런 토양에서 기독교와 샤머니즘을 공개적으로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관심을 모은 일이다.
물론, 기독교에 미친 샤머니즘의 영향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샤머니즘은 ‘뜨거운 감자’이지만, 기독교인에게 그것은 분명 배척되어야 하는 당위의 대상이지 논의의 대상은 아닌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서인지, 공동 주최를 맡은 KNCC는 매우 조심스런 입장이었다. KNCC 신학위원회 이문숙 부장은 “도출된 결론은 없다.
기독교와 샤머니즘의 문화적 융합이나 기독교 토착화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고 마련한 토론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오랜 역사를 지닌 샤머니즘은 국내 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고, 그 앞에서 기독교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개적 논의의 시작이란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독교인들에게 이러한 문제가 자칫 오해될 경우, 논의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KNCC의 회원 교단인 정교회의 한국선교 100주년 기념으로 열려 모임의 주 참석자는 정교회 관련 인사들이었다. 1997년 러시아에서 열린 정교회 국제학회에서 사회주의 체제 붕괴 후 시베리아 일대에서 급속히 일고 있는 샤머니즘의 부활이 화두에 오른 것이 계기가 됐다.
이번 회의를 주도한 정교회 나창규 신부는 “샤머니즘의 종교적 성격은 분명 배제해야 하지만, 그 의식은 민족 고유의 문화적 풍습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예컨대, 제사의 경우 조상의 혼을 신령화시키는 것은 문제지만, 조상을 공경하는 차원이라면 기독교가 포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의식이라는 것이다.
정교회가 주도한 회의란 점에서 이런 논의가 가능했겠지만, 여전히 제사를 금지하고 있는 개신교 정통 보수주의 신학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는 좀더 두고 봐야할 문제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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