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격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잇따라 요직에 앉혀 관련부처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과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정부는 최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동서 서재희(徐載喜·72)씨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 내정한 데 이어, 30일에는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채영석(蔡映錫·66)민주당 고문에게 맡겼다.
13~15대 의원을 거친 채 신임이사장의 건설교통 관련 ‘경력’은 의원시절 교통체신위에 잠시 몸 담은 것이 전부. 채 고문의 이사장 ‘승진’소식이 알려지자 관련부처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건설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전문성이 거의 없는 신임 이사장이 사업 관리와 안전이 매우 중요한 고속철도를 제대로 끌고 나갈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을 비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다는 발상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도 “채 이사장이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을 양보한 데 대한 배려를 해준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의 비난도 거세다. 경실련 위평량(魏枰良) 정책부실장은 “정치권 전리품인 낙하산 인사가 또 횡행하고 있다”며 “개혁의지와 행정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정치권 인사가 임명돼 예산절감 등 고속철도공단의 개혁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건강연대(집행위원장 전동균·田東均)는 “행정경험도 없고 의약분업에도 반대한 개업의사 출신 서씨가 대통령과의 연분과 의사협회의 후원을 등에 업고 평가원장에 내정된 것은 의료개혁을 뒷걸음질 치게 하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고속철도건설공단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중이고 이번 인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채 이사장이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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