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톨도 유로 2000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의 준결승. 승자는 경기내용에서 우세한 네덜란드도, 수세를 딛고 승부차기승을 거둔 이탈리아도 아니었다. 페널티킥을 무려 5개나 막아낸 이탈리아 GK 프란체스코 톨도(28)였다.이탈리아 잔루카 잠브로타의 전반 33분 퇴장은 톨도의 탄생을 알리기 위한 ‘전조’였다. 전반 37분. 파상공세로 이탈리아 골문을 위협하던 네덜란드가 석연찮은 판정으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네덜란드 프랑크 데 부르가 오른쪽으로 날린 슈팅은 톨도의 손에 그대로 걸려들었다.
후반 17분 네덜란드의 걸출한 골게터 클루이베르트 역시 톨도의 기세에 눌렸는지 왼쪽 골대를 맞히는 실수를 범했다.
톨도는 승부차기에서도 3번의 결정적인 선방(한번은 네덜란드 실축)으로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196㎝,90㎏의 톨도는 완벽한 고공방어를 과시했고 순발력과 판단력에서 세계 최고의 GK로 자리매김했다.
톨도는 이전까지만해도 1진 GK 잔루이지 부폰의 그늘에 가려 벤치를 지켜야 했다. 하지만 명수문장 출신 디노 조프감독은 이날 그를 전격기용했다.
톨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듯’네덜란드의 파상공세를 철벽방어했다. 톨도의 수훈은 90년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의 GK 세르지오 고이코체아를 떠올리게 했다. 코이코체아는 8강과 4강전서 연속으로 팀을 구해낸 명GK.
유고와의 8강전과 홈팀 이탈리아와의 4강 승부차기서 각각 2골을 막아 아르헨티나의 결승진출을 이끌었다. 고이코체아도 아르헨티나의 주전 GK 네리 품피도의 부상으로 대신 출전해 ‘신의 손’이 됐었다. 톨도는 이날 대선배이기도 한 디노 조프감독으로부터 최고 찬사인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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