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일요일에 홍릉수목원을 찾았다. 야생화가 전시된 관찰로를 지나가는데 할머니 한 분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은방울꽃을 뿌리째 캐내 가방에 담고는 어디론가 급히 사라졌다. 두 아이와 함께 온 우리는 할 말을 잊었다. 그러고보니 팻말만 있을 뿐 식물이 없는 곳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었다. 안내하는 직원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어보았더니 “관람객들이 호기심때문에 캐간다”며 “그렇지만 아마 십중팔구는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은 이어 “금강초롱 금낭화 등 멸종위기식물은 훼손되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어서 관람객들이 계속 캐가면 개방을 중지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시민들을 위해 수목원을 개방하고 있는데 일부 관람객들의 잘못으로 좋은 휴식처를 잃는데서야 말이 되겠는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동의 것을 소중히 여길줄 아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익명의 독자·서울 노원구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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