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군인의 성적문란사고를 유발시키는 원인 제공자란 말입니까?”육군이 28일 부랴부랴 내놓은 ‘성적군기문란사고방지 규정’이란 것에 대한 여군과 군인부인의 반발이다. 하기야 이 규정에 있는 이른바 ‘7대 금지사항과 3대 준수사항’을 보면 이들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그중에서도 ‘여군이나 군인부인이 회식자리에 참석하면 주량을 말하라’라는 규정은 정말 문제다. 도대체 회식에 앞서 자기 주량을 ‘신고’하는 남자군인이 한명이라도 있나? 게다가 ‘성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노출이 심한 복장 착용을 금지’ ‘혼자서 남자 상급자 숙소에 찾아가지 말라’등등. 여성이 취하고 야한 옷을 입으면 ‘남자들을 유혹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인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듯하다.
남자 군인도 불쾌하기는 마찬가지다. ‘남여 군인이 사무실에 있을 때는 출입문을 개방해둬라’‘남여간에 신체접촉은 악수 정도를 원칙으로 한다’ 등등. “남자 군인은 모두 도덕적 기준도 없고, 여자만 보면 성문제을 일으킨단 말입니까? 도대체 유치원생 성교육도 아니고…”
육군당국은 이 규정을 만들기에 앞서 전○동원사단장 송모준장의 행태를 다시한번 돌이켜봐야 했다. 남편의 진급 등 신상에 문제가 있을까봐 차마 적극적으로 거부를 못하던 직속 부하 부인들을 장군이 철저하게 저급한 수준으로 농락했다는 게 본질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여군인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잡다한 규정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주적개념 혼란 등으로 해이해질대로 해이해진 군기강부터 확립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황양준사회부기자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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